금유산업 구조조정·감독체계 개편 등 ‘빅뱅’ 본격화
금융시스템 복구 전제 기업 연쇄도산 방지·체질개선 병행
저성장 대량실업 고물가 소득감소등 고통분담 대책 불가피
지난달 18일 15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우리나라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일궈냈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겨우 국가부도를 면할 수 있는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맞은 것이다. 그만큼 새정부는 앞으로도 험난하고 어려운 숙제들을 산더미처럼 안고 가야한다. 특히 최대현안인 금융산업 개혁은 이미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IMF와 미국, 일본 등 외국으로부터 1백억 달러를 조기지원 받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새정부 출범에 맞춰 금융개혁 과제들을 집중 조명해 보고 아울러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 ‘빅뱅’의 기상도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금융개혁 과제=지난달 정기국회 막바지에 처리가 유보된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통합감독기구 설치법안 등 금융개혁 법안이 IMF의 요구와 3당의 합의로 지난해말 진통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따라서 올해 금융산업의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감독체계의 개편 등 금융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논란이돼온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이 3당 합의로 일부 개정됐고 금융산업구조개선 법안은 정리해고 조항은 포함시키지 않은 채 본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올 초 정리해고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초 한은법개정안, 금융감독기구설치법안 등 2개 핵심법안의 유보를 공식 선언, 금융개혁법안 입법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함으로써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나라 안팎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대외 신인도 회복을 회복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정은 급속히 전환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긴급한 부족달러를 지원받기 위해 IMF와의 이행각서에 충실히 따를 것을 수차례 천명했고 3당도 결국 핵심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를 합의했다.
특히 쟁점사항인 한은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은감원을 한국은행으로부터 분리하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은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직키로 합의했다.
또 금융감독기구는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를 보았지만 이 위원회를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등 3개 금융감독기구의 통합체로 운영할 것인지 또는 협의체로 운영할 지에 대해서는 재경위에서 계속 논의키로 했다.
다만 한국은행에는 일반 시중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사기능을 부여키로 했다.
이와 함께 99년중 대통령령에 따라 현행 은감원·증감원, 보감원을 통합한 금감원이 설립된다.
한은 총재와 금감위원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IMF가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종금사와 은행에 대한 감독을 한 기구에서 해야한다고만 요구했을 뿐 나머지 증권과 보험분야의 감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개혁법안은 이같은 핵심법안 이외에도 IMF의 요구에 따라 은행의 소유지분 한도 확대 등 주요 법안들이 속속 개정되고 있다.
이중 은행 소유지분한도 확대와 외국인에 의한 국내은행의 인수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이미 한도 10%이상 확대와 전면허용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청산 및 파산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예금자들이 2천만원까지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예금을 조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예금채권 매입제도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골격을 드러냈다.
따라서 이들 주요 금융개혁관련 법안들의 국회통과는 ‘빅뱅’으로 일컬어지는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이에따른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이미 제일 서울은행은 올 2월중 감자명령과 책임경영진 퇴진 등 강도높은 정리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며 14개 영업정지된 종금사들 중 상당수가 폐쇄라는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 당선자는 부실금융기관은 과감히 정리하고 아울러 전 금융기관이 건실한 기업에 대한 대출금 상환을 6개월 유예해주겠다고 역설해 온 점에 비춰 올초 대대적인 금융기관 정리로 온 나라가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기아사태 등으로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경원과 한은의 소모적인 공방전과 국회의 처리 유보등 국력을 낭비한 끝에 금융개혁 법안들은 사실상 IMF와의 이행각서에 따라 처리되게 됐다.
어차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 출범하는 새정부는 물론관련 금융기관들도 금융개혁에 적극 협력해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IMF시대의 종식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게 금융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급한 해결 요구되는 금융현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무엇보다 외환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미 지난달 24일 IMF와 미국 일본 금융기관들로부터 1백달러를 앞당겨 지원받기로 약속을 받아내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앞으로 상환되는 금융기관들의 단기차입금에 대해 외국 금융기관들이 상환을 적극 검토하는 등 일단 모라토리엄 사태는 가까스로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IMF나 미국 일본등은 조기 자금지원과 함께 새정부에 과감한 IMF이행조건을 성실한 준수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미 김당선자는 당선확정과 함께 수차례 IMF이행조건 준수를 다짐했다.
앞으로는 실질적인 달러확보 외교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또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복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IMF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처지로까지 전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개혁을 등한시한 결과 실물부문에서 자금배분의 왜곡이 초래된 때문이다.
비록 IMF체제하에서 강요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지만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최대의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래되고 있는 기업들의 극심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 연쇄부도를 방지하는 동시 기업의 구조조정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도 수반돼야 한다.
특히 IMF시대 예상되는 저성장, 대량실업, 고물가, 소득감도 등 국민들이 받게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행각서 등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세부사항을 재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MF의 긴급자금지원 이행조건으로 새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이 구조조정과 폐쇄 및 인수·합병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자회사 설립 허용은 물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내금융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빅뱅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특히 지난 24일 긴급자금 조기지원의 댓가로 서울 제일은행은 2월중 감자명령과 경영진퇴진 등의 정리수순을 밟아 조기 외국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됐다.
나머지 은행들도 5월15일까지 BIS자기자본비율 확충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또 양해각서를 통해 부실채권정리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고 바젤협약 등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회계 및 공시제도를 대폭 강화, 자본금 등이 일정수준 이상인 대형금융기관의 회계 감사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회계법인이 감사토록 했다.
금융분야의 개방일정도 앞당겨 올 중반까지 은행, 증권사 등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금융기관의 해외점포감독 강화 및 회생이 어려운 부실점포를 정리키로 했다.
이에따라 올해 종금사를 필두로 금융기관의 M&A가 빠른속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은행의 경우도 제일 서울은행의 외국금융기관 매각에 이어 일부 부실한 은행들은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MF는 자금지원 조건으로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퇴출제도를 마련토록 강요하고 있기때문에 정부는 은행 M&A 관련법을 서둘러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역시 예외는 아닐 듯 하다. 이미 고려 동서 등 대형 증권사 2곳이 부도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허사로 돌아갔기 때문에 사실상 부실 증권사는 폐쇄라는 선택만이 남았다.
더구나 지속적인 증시침체로 국내 증권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자생력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법인이 설치될 경우 소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한 퇴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같은 금융부문 구조조정 이외에 정부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한국은행법 개정과 금융기관의 감독책임을 지는 통합금융 감독기구를 설립, 부실금융기관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