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안정되지 못하거나 정치가 불안한 개도국의 경우 대규모 SOC건설이나 플랜트를 들여오고 싶어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내 중공업 건설사 및 종합상사가 사업을 수주하고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때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지원하겠다는 결정 한마디의 위력은 ‘메가톤급’이다.
하지만 한 해에 3건 이상 이 같은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수출입은행 배인성 PF팀 부부장은 “해외 PF는 국내에서 하는 PF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우선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이에 따른 평가방법도 다르고 장기간의 심사기간,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관계돼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본승인된 사업이 LG계열 4개사가 중국 북경에 LG대하 빌딩을 건설하는 5000만달러 규모의 부동산PF에 불과하다. 예비승인된 것도 LG상사와 LG건설의 오만 폴리프로필렌 제조 프로젝트(1억달러)와 두산중공업이 수출하는 멕시코 CFE 발전설비(1억3800만달러) 등 단 두건이다.
배 부부장은 “사업건수로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엄청난 투자규모를 고려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해외 PF를 한 건이라도 진행한 투자은행은 1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이중에서 의욕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30~40개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PF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해외PF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 각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사업성 판단능력과 노하우를 충분히 쌓지 못하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분야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손도 내밀지 못하고 있고 선진금융기관에서도 BNP파리바, ING, 스탠다드 차타드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입은행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PF는 사업성만을 철저히 고려한다는 점에서 PF의 본래 목적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인성 부부장은 “수출입은행은 사업성만을 철저히 심사하고 시공사는 오로지 건설만 담당하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이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