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태풍 루사, 지난해 태풍 매미 등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올 9월에도 2개 이상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화재보험협회는 태풍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풍수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화재보험협회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명칭과는 다르게 보험업계의 이익대변 보다는 화재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공익업무를 수행하는 법정 방재전문기관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다.
한국화재보헙협회의 박정훈 이사장〈사진〉을 만나 화재보험협회의 위상과 역할 및 풍수재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따른 대책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생·손보 협회는 업계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대외활동을 펼치는 곳이지만 화재보험협회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대형사고로 인한 참사에 대비하는 방재업무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라고 하기보다는 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정기적인 화재위험도 평가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적정 화재보험요율을 도출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손해보험사의 기술적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박정훈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화재보험협회’가 일반 협회와는 달리 특수성을 띠고 있다며 협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 “화보협회는 공공성을 띤 방재전문기관”
화보협회는 회원사의 친목이나 이익을 대변하는 일반 사업자단체가 아니라 공익업무를 수행하는 법정 방재전문기관이다.
화보협회의 주 업무는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리스크를 줄이고, 사후관리 측면에서는 ‘재해복구와 인명피해에 대한 적정보상’을 위해 제3자의 신체손해배상을 담보로 하는 화재보험을 일정규모이상의 건물에 의무가입토록 해 화재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사회안전판 역할을 손해보험업계의 기술 Pool로써 담당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대연각호텔과 서울시민회관 등에서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물적 피해는 물론,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히 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설립된 것이 바로 화보협회이다.
정부에서는 보험회사가 방재전문기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모델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화재보험법)’을 제정해 사후복구를 위해 건축물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도 보상하는 ‘신체손해배상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을 의무화했다. 사전예방을 목적으로 방재전문기관인 한국화재보험협회를 설립해 방재활동을 담당하게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화보협회를 설립하고 방재활동을 담당하게 한 이후 정기적인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그 이후에는 대형화재사고로 인한 피해가 별로 없어 협회 설립의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다만 안전점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규모가 작은 다중이용건물에서 화재가 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다중이용건물의 경우도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적극적인 기술협정 통해 선진 방재기술 받아들일 것”
1986년에 설립된 화보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은 과학기술부로부터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 지정, 기술표준원으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인정, 해양수산부로부터 선박용물품의 형식승인시험기관 지정, 건설교통부로부터 방화문 및 차음구조 시험기관 지정 등 국내 각급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로이드선급으로부터 유럽연합인증(CE마킹), 미국해안경비대(USCG)로부터 형식승인 시험기관으로 지정이 되는 등 이미 국제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5년부터 미국방화협회와 협약을 체결, 세계 최고의 화재안전기준인 NFC(Nat ional Fire Code) 및 관련 기준과 핸드북을 한국어로 번역해 보급하는 등 최신 방재기술 보급에 앞장서왔다.
화보협회의 기술·연구협정은 박정훈 이사장의 취임 이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 7월에는 방화관련 교육, 인증 및 컨설팅업무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소방설비안전센터’ 와도 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 6월에는 중소기업청과 2004년도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유럽 최대 시험검사기관인 독일 TUV Rheinland의 국내 지사인 TUV Rheinland Korea(주)와 상호 업무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삼척대학교 소방방재연구소와 학술·기술·연구 교류협정을 체결했고, 러시아선급(RMRS)으로부터 국제해사기구(IMO) “화재시험절차 적용에 관한 국제기준”의 5개 시험분야에 대한 러시아선급 지정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또 중국 공안부 상해소방연구소와 기술정보의 상호 교환과 기술연수에 관한 협력 및 연구협력을 하기로 기술협정을 체결한바 있다.
박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방재기술이 앞서 같은 태풍의 영향권에 있어도 피해규모는 더 작다”며 “비슷한 유형의 풍수재가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방재기관과 기술협약을 맺은 것은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연재해를 극복, 대비하기 위한 방재기술은 각 나라마다 경쟁을 해야 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서로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 제휴·협정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특수건물 손해율 경감 위해 풍수재대책위 구성”
화보협회는 손실예방활동으로 협회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특수건물의 손해율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2만여건의 특수건물에 대해 화재안전점검을 무료로 실시해 사전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보험계약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해 제공하고 있으며, 현장확인을 통한 화재위험도 평가는 위험등급에 따라 화재보험요율이 차등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소방방재시설을 양호하게 관리하는 사업장에게는 기본요율의 최고 60%까지 소화설비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화재사고경력이 있거나 방재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업체에게는 보험요율을 할증해 위험에 상응하는 보험요율을 산정하는 제도를 통해 보험가입자를 차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호한 방재시설과 유효한 관리를 하는 사업장에게는 금전적 이득이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한편 2002년 태풍 루사에 이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풍수재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협회의 건물 안전점검 노하우와 시스템을 활용한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풍수재대책위원회는 태풍 등 풍수재 피해 경감을 위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풍수재 예방 및 대처요령’ 리플렛 제작·배포, 풍수재 다발지역의 주요 사업장에 대한 간담회를 통해 예방활동 및 대처요령에 대한 교육과 예방사례를 분석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풍수재위험이 높은 특수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7, 8월에 집중 실시하고 있다.
■ “원만한 노사관계 토대로 종합위험관리센터로 도약”
화보협회의 역할과 발전방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박 이사장은 “그동안 화보협회는 ‘화재안전점검’이라는 민간방재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방재기술과 보험산업을 묶어 보험가입자의 손실을 예방하고 위험도를 평가해 합리적으로 화재보험요율을 결정하는데 기여해 왔다”며 “이는 협회가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법정업무이자 사명이며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행 방재업무를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니즈에 맞는 새로운 업무를 개발해 종합위험관리 전문기관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방재는 손해보험과 불가분의 관계로 그동안 축적된 방재인프라를 바탕으로 방재분야와 보험분야 모두에게 상호 이익을 제공하는 공익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며, 특히 방재시험연구원은 미국의 UL처럼 방재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으로부터도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풍수재예방 핸드북”을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가장 피해규모가 큰 태풍의 경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극복해야 할 자연재해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태풍에 대해 알고 대비할 수 있는 전문서적이 없는 실정 “이라며 “지금까지 나타난 태풍의 종류, 이동경로, 대비책 등을 수록한 서적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그 초기단계로 우리나라와 상관관계가 있는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보험업계 및 유관기관에서 노사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박 이사장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어떤 기업이든 간에 ‘기업문화’가 있고 CEO는 또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 주체가 모두 상대방의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새로운 계획 등을 세워나가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로의 이해를 토대로 한 화합이 중요하다는 것. 대우그룹 연수원장으로 있던 시절 ‘기업문화’를 주제로 강의를 할 만큼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많았던 그가 화보협회 이사장으로 부임한 후 실제로 화보협회는 업계에서 가장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토대로 화보협회는 앞으로도 자체적인 방재기술 개발과 해외유수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선진종합위험관리센터로 발전할 것이며, 방재시험연구원도 보다 우수한 인력을 공급해 집중적 연구를 통해서 세계적인 방재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양규 기자 kyk74@fntimes.com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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