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감위원장은 20일 보험사 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 시행인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의 방카슈랑스 허용 문제에 대해 재경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보험업계는 연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재경부 또한 그동안 ‘연기불가’ ‘원칙적 시행’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오다가 금감위가 공식 의견을 내면 검토해보겠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정부에서도 그동안 보험업계에서 주장한 방카슈랑스 시행에 나타난 부작용을 인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동안 잠자코 있던 은행권에서 윤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방카슈랑스 2차 개방 연기론에 대한 공동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은행권과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 보험, 제도취지변질 ‘반쪽’
보험사들은 예정대로 내년 4월에 자동차보험과 개인 보장성보험까지 은행권에 넘어가게 되면 업계고사위기는 물론 대량실직 사태가 우려된다며 그동안 정부에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을 미뤄줄 것을 요구해 왔다.
보험업계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판매의 35%가, 생보업계 보장성 보험판매의 50%가 은행권에 넘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의 보험 점유율 증가와 함께 방카슈랑스 제휴 보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은행의 우월적 지위도 문제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더욱 심각한데 은행이 중소형사와의 제휴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보험사들은 고사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가격경쟁에 들어가게 돼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사들의 이런 수익성 악화는 결국 3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대리점 중 30%인 10만여명이 실직으로 이어져 대량실직사태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 은행, 정책 일관성 유지 강조 ‘강력대응’
은행권은 “금융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며 방카슈랑스 확대 실시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의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 연기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윤 위원장의 이날 발언 이후 은행권도 방카슈랑스 공동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강력대응 방침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확대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은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에도 이미 제기됐던 문제인데 보험사들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이제와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지속되고 있는 초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은행들로서도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확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보험업계와 은행권의 정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 금융당국, 방카 부작용 인정 ‘재검토 시사’
금감위는 일단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 도입후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성급하게 성과와 문제점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은행 등의 우월적 지위남용, 불완전 판매, 중소형사 및 모집인들에 대한 충격 등이 상당히 우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간담회에서 보험사 사장들로부터 예정대로 2단계 개방을 강행한다면 보험업계가 고사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들은 윤 위원장은 “재경부와 협의해 연기를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재경부도 그동안 정부정책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원칙대로 시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지만 윤 위원장의 발언이후 다소 유연해진 입장이다.
재경부는 금감위의 의견이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사안이며 은행권과 일부 생보사들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