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재력 무궁, 수십조원대 시장 예측 = 보험개발원은 기업연금 시장이 열린다면 시작 첫해에만 약 30조원, 5년 후에는 50조원에 이르는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대형 시장이 개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12개 생명보험사와 8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개 손해보험사를 제외한 전 보험사가 기업연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기업연금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지속해 왔다. 관련 솔루션 업체와 금융권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은 이미 업무 요구 정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금융시스템 업체인 썬가드 본사와 접촉하며 구축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TFT를 발족했고, 교보생명 역시 최근에 관련 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중에서는 국민, 하나은행 등이 자료를 수집하면서 기업연금 시장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
◇ DC형 개발모델 부재 = 하지만 문제는 개발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미국 모델을 참고로 시장을 전망하고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전문가가 없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DB(확정급여퇴직연금)는 그나마 기존 퇴직보험제도와 비슷한 형태로 보완해 구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지만 DC형은 생소한 모델로 큰 어려움이 존재한다.
보험개발원이 근로자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DB형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80%에 이르고 있다. DB는 회사에서 퇴직금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생명보험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퇴직보험제도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개인이 상품을 결정하는 DC형 모델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은 DC 모델을 2001년부터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DC형이 5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등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DB형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DC형 전환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 GM은 2002년 10억 달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DC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활발한 구축이 예상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아직 세부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모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기국회 통과가 된다면 시급하게 준비하기 위해 솔루션을 선택해 여기에 적응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공동개발 논의 진행중 = 솔루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100억원까지 얘기되고 있다. 일본 대형 손보사의 경우는 100억원을 상회하는 개발 비용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공동개발이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공동개발 부분으로는 공동망과 RK(Record Keeping)가 거론되고 있다.
RK는 고객 정보 관리 등 데이터를 정리하는 부분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공동개발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일본은 5개사가 RK를 전담해 구축하고 있으며, 이중 NRK와 JIS&T가 가장 큰 회사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회사는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양사는 모두 2001년 3000억엔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일본 대형사의 경우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가 어려워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손보재팬이 시스템 구축을 시작, 1년의 구축기간을 거쳐 이번 달에 개통했다. 일본 RK 전문업체는 수많은 손보사들이 각자에 맞는 서비스 구축을 요구하면서 시스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에서 투자한 RK 전문업체가 꼭 필요한 기능만을 구현해 1년 만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면서 성공적인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대형사가 자회사 형태의 RK 회사를 만드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피텔리티인베스트먼트 등이 직원 4000명 규모의 RK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피텔리티는 8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비교적 성공적인 모델로 미국에서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동개발을 위해 준비 중인 곳은 금융결제원, 한국증권전산, 보험개발원, 증권예탁원 등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 7월 20일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등을 열면서 업계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증권전산 역시 모델을 만들어 8월쯤 금융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들은 공동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대형업체의 경우 자체적인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의 반응을 설명했다.
◇ 관련 IT업체 시장 선점 경쟁 = 모델의 부재로 관련 솔루션 업체들은 각기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솔루션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로는 한국유니시스, 유비아이텍, 한국IBM, 유니보스, 한국오라클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유니시스는 서비스 부분에서 시장 경쟁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유니시스의 솔루션인 ‘베니핏 키퍼’를 공급하는 한국유니시스는 서비스 부문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베니핏키퍼는 프론트 부문의 e러닝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이 DC를 선택할 경우 각 직원들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GIC, MMF, 예금상품 등 업체별로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 교육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유니시스는 운영상의 요건을 지원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IBM과 유비아이텍은 썬가드 옴니플러스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옴니플러스는 미국 제품으로 미국 시장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상품 종류가 3가지 정도로 간단한 데 비해 미국은 100가지 이상으로 복잡하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