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업계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서 삼성 LG 대우 등 선발 5개사가 본격 시장에 진출한 이후 19개 증권사가 시장에 가세했지만 지금까지 삼성과 대우의 독주가 대세를 이뤘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와 대신이 본격 일임형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한편 LG 우리증권 등 신흥세력이 삼성과 대우의 독주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6월말 건교부가 증권사 일임형랩에 투자한 국민주택기금의 수익률 분기평가에서 우리증권이 1위에 오른 반면 삼성과 대우가 하위로 밀리는 대반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일임형랩의 절대강자가 사라지고 무한경쟁 시대가 오지 않았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월 16일 현재 증권업계 일임형랩 실적은 지난 4월말 3조4500여억원보다 8000억원 가량 늘어난 4조2600여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6일 2차로 집행한 건교부 국민주택기금 5000억원을 제외하면 3개월간 늘어난 규모는 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중 업계 1·2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과 대우가 각각 1900억원, 300억원 가량 감소하며 주춤한 반면 LG 대투 우리증권 등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LG는 지난 4월말 3600억원에서 3개월새 2200여억원이 늘어 5815억원을 기록했으며 대투증권도 건교부 국민주택기금 2차 집행에서 1300억원을 받은 데 힘입어 꾸준한 증가세에 돌입, 현재 3482억원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우리증권은 건교부 국민주택기금 수익률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2100억원의 자금을 받아 41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우리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테일영업보다는 법인영업에 치중해 왔으며 이번 수익률 평가를 기반으로 농림부 등 정부기관 자금영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향후 리테일영업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지점순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는 지난 5월 시장에 뛰어든 이후 3개월째 접어들며 3500억원을 넘어서 강력한 복병으로 뛰어올랐다.
또 대신도 직접투자형, 간접투자형, 맞춤형 등 3가지 유형의 10가지 상품으로 구성된 리더스랩을 출시하고 20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 시장경쟁 가열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수의 독주체제가 무너지며 절대강자 없이 7∼8개 증권사가 경합을 벌이는 구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가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하는 등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장치가 없어 시장규모가 정체돼 일임형랩 시장에도 수수료 인하경쟁이 출현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이처럼 정체됨에 따라 일부 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 중소형사들의 경우 판매실적이 극히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집단주문 및 성과보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자산운용업계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업계에서는 내년초께 집단주문 및 성과보수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강한 요청에 따라 내년초께 집단주문 및 성과보수제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중소형사들도 틈새시장을 공략, 일임형랩이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 6개사 일임형랩 실적>
(단위 : 억원)
* 잠정치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