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와 금융계, 발급기관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보통신부에서 개최한 제1차 공인인증시장 발전협의회에서 금융감독원이 공인인증서 유료화 관련, 재검토를 요청해 관련기관과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과 정통부, 금융결제원과 공인인증 전문 발급기관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이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못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융권만 그 피해를 안게됐다.
◇ 재 점화된 유료화 논쟁 = 그동안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공인인증서 유료화 논쟁이 최근 막을 내리고 그 가격을 4400원, 시기는 은행이 내달 12일, 증권은 18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 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이 논쟁에 참여 정통부에 공인인증 유료화를 재검토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행을 한달 남겨 놓고 또다시 유료화에 대한 논쟁이 일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공인인증서 유료화 정책과 관련해 지난 2월에야 정통부로부터 공문을 받고 그 사실을 알게됐다”며 “그 후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지난 12일 협의회에 참석하게 돼 공인인증 사용자의 90% 이상이 금융거래자이기 때문에 유료화 재검토를 공식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선 정통부에 금주 중으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실무자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며 “정통부와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지면 공인인증 발급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금감원은 공인인증서 유료화 정책에 당사자가 아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진행된 공청회와 보도된 언론보도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그때서야 알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공인인증서 유료화 기준은 발급기관들이 정해 인증업무준칙을 올리면 정통부는 승인만 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은 발급기관과 먼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감원 VS 정통부 = 금감원은 우선 공인인증서 사용자의 90% 이상이 금융거래자이므로 금융거래용 공인인증서를 용도제한용으로 묶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료화안에 따르면 금융기관, 쇼핑몰, 전자민원 등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상호연동형 공인인증서와 사용이 제한되는 용도제한용 공인인증서 2개로 구분된다. 이중 용도제한용은 유료화에서 제외된다. 즉, 금융거래용은 용도제한용으로 무료로 하자는 것이 금감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진행했고 이미 각 발급기관이 인증업무종류, 절차, 방법, 요금, 기타 인증에 필요한 사항 등이 기재된 인증업무준칙을 신고해 와 승인한 상태라며 금융거래용 공인인증서를 용도제한용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는 당초 발급기관에 용도제한용을 가능한 제한할 것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거래용 공인인증서가 시장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금융거래용이 유료화되지 않는다면 유료화 정책은 의미가 없게 되는 것도 정통부가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금감원과 정통부는 각각 향후 공인인증서 정책 결정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겠냐는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2년여에 걸쳐 논의가 돼온 만큼 금감원이 이제 와서 번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 금융결제원 VS 전문발급기관 = 공인인증서 유료화 재검토를 놓고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인 금융결제원과 전문발급기관은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표면적으로는 금감원에서 금융거래용을 용도제한용으로 하자는 제의가 온다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내는 금감원 주장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과거 금결원이 주장했던 내용과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금결원과 금감원이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있지 않았겠냐는 말이다.
금결원 입장과는 반대로 전문발급기관은 절대로 재검토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관련시스템 구축은 물론, 사업적·마케팅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며 다시 번복될 경우 손해가 발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발급기관은 우체국을 포함해 은행들에 과금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발급기관 관계자는 “재검토에 따른 손해에 대해 금감원이 배상을 해주지 않는 한 연기나 내용 번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피해만 보는 금융권 = 금융권은 이젠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공식적인 결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벌써 연기된 것만도 여러 차례인데 또 다시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논의를 한다는 것은 금융권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답답해하고 있다.
실제 금융사들은 공인인증이 유료화됨에 따라 수수료가 변경돼 수수료를 변경할 경우 한달 전에 공지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미 한달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한 상태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정통부에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각 은행에 공지를 삭제할 것을 요청해 와 어떤 것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금융권은 토로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유료화에 대해 은행권은 유료화 초기단계에는 인터넷뱅킹 이용자가 다소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은 이미 오랜 기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계속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도 사이버트레이딩을 하는 고객이 공인인증서가 유료화 된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공통적 입장이다. 결국 공인인증서 발급기관간의 가격 차이만 발생되지 않는다면 그다지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은 단지 정부가 이에 대해 공식적이고 빠른 결정만을 내리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동안 가만있다가 공인인증서 유료화 관련, 최종결정이 난 후 민원이 폭증하자 단순히 행동만 하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청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고 말했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