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협회가 동부증권의 수수료 면제에 대해 손실보전의 원칙에 걸린다는 취지로 감독당국에 판정을 의뢰한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증권의 일임형랩 운용수수료 체계가 증협에 의해 현재 금감원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는 지난 1일 고객맞춤형(주식), 혼합형(주식+수익증권), 절대수익추구형(주식+수익증권+판매상품) 등 3개 상품의 일임협랩을 본격 출시했다.
이 상품들의 운용수수료는 위탁 및 선물옵션의 경우 연 3%, 수익증권의 경우엔 연 0.01%가 3개월 단위로 부과된다. 특히 고객 자산을 운용하다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운용수수료를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동부가 일임형랩 시장의 후발주자인 데다 중소형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한편 일임형랩의 자신감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운용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증권사 입장으로서는 리스크가 크지만 손실을 면제해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업협회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객자산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손실보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그러나 증협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눠지고 있다. 업무팀의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광고를 심의하는 홍보팀에서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출, 금감원에 이 문제를 의뢰한 상태다.
증협 홍보팀 관계자는 “과거에 이런 유형의 수수료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금감원에 의뢰했다”며 “무심코 광고를 내보냈다가 시장에 파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확인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부측은 일임형랩 운용규정에도 ‘고객이 맡긴 자산의 증가율에 비례해 수수료를 높여 받아선 안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수익이 나지 않았을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동부 관계자는 “일임형랩은 수수료에 따라 고객들이 몰려다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에 대해 수수료경쟁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또 수수료면제 전략은 마케팅기법 중 하나이므로 금감원에서도 이런 점을 적극 감안,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의 수수료 면제방침은 상품 차별화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이므로 손실보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무리이며 이는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금감원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정하게 되면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이를 도입, 일임형랩 시장에서도 수수료경쟁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 패턴을 고려해 볼 때 스스로 수익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수수료면제 전략은 단기적으로 마케팅효과 차원에서 장점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한 도입여부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이 이번주말이나 다음주초께 이에 대한 판정을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