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은행 의존도는 높아지겠지만 정작 은행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적극적으로 화답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내년 설비투자가 규모면에선 중견기업과 대기업, 업종면에선 IT 자동차 철강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진단했다.
30일 A은행 중소기업 담당 임원은 “은행 돈을 쓰고 싶어하는 중소기업들은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 않고 있지만 신중히 접근하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종별로 경기 회복 속도나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상환능력에 직결될 업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루겠다”고 말했다.
B은행 임원은 “상반기까지는 적극적으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호조가 이어지고 내년엔 실물경기도 좋아진다지만 아랫목(대기업·호황 업종)에서 윗목(중소기업·침체 업종)까지 온기가 번지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C은행 간부도 “내년 전략에 따른 세부계획이나 지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상반기까지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산은이 주요기업 28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내년에 모두 51조9000억원대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추정치 46조7000억원보다 11.1% 늘어난 규모일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업종으로는 IT, 자동차, 전력 및 유통산업이 투자를 주도하고 철강 등 일부 업종이 회복될 것으로 봤다. 규모별로는 중견 이상 대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설비투자를 주도할 대기업은 내부조달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은행보다 직접금융조달을 늘릴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에 내부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은행 의존도는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설비투자 부진은 한결 심화되는 가운데 내부조달률이 올해 65.0%에서 내년엔 60.7%로 축소되고 금융기관 의존도는 30.9%에서 36.1%로 높아질 것으로 산은은 내다봤다.
특히 내수기반 중소기업 설비투자 감소율은 올해 5.3%에 이어 내년에는 23.5%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