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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대책 유감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0-26 17:54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대책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실마리는 하나가 아니다.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발표했던 대책만 얼추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우선 일부 대형 은행이 단독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한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이 있고, 작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소위 신용회복지원회의 주관하에 이루어지는 채무재조정이 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공사를 중심으로 소위 다중채무자에 대한 구제방법이 논의되고 있고, 입법 차원에서는 금년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자구수정 작업중인 통합도산법 내에 개인파산에 관한 조항이 있다. 채무재조정은 아니지만 개별 금융기관들이 개인대출을 담보로 증권 등을 발행하여 대차대조표를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병행하여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 가장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자산관리공사의 다중채무자의 구제대책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개인채무자가 소위 “돌려막기”등을 통해 이미 다중채무자로 전락한 지 오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직접적 영향력 하에 있는 자산관리공사가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무엇인가 “공식적인 대책”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금융기관 일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자산관리공사를 위주로 한 해법에는 반대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형태로든지 법원을 적어도 한 번 통과하는 것이다.

채무불이행의 상황은 정상적인 거래상황이 아니다. 버티기와 눈치보기, 약속파기와 새로운 합의도출, 절충과 협박, 도덕적 해이와 기회주의적 행동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채무불이행의 상황은 아무런 경기 규칙도 없이 “공짜”를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한 적나라한 경쟁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이 발표되면서 금융기관들은 채무자의 변덕과 버티기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신용불량자들은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설사 돈이 있어도 갚지 않고, 아직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은 신용불량자로 분류되어 돈을 탕감받기를 원하고, 이미 돈을 갚은 사람은 배가 아파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들이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것은 이 과정에 내재된 “공짜”이다. 채무가 탕감되면 그 만큼 공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은 가능하면 공짜를 더 많이 먹기 위해 자신의 전략을 조정하는 것뿐이다.

공짜를 바라기는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다중채무자의 경우 채무자의 재산을 다 털어도 “감나무에 연 걸리듯” 퍼져있는 모든 채무를 다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개별 금융기관은 채무자의 재산을 균등하게 배분한 일정 금액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채무자를 적당한 방법으로 “압박”하기만 한다면 원금을 다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추가로 받는 금액이 “공짜”에 해당한다. 금융기관은 서로 이 “공짜”를 먹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들이 돈이 있어도 안 갚는 채무자를 보면서 괘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차지해야 할 “공짜”를 채무자나 다른 금융기관이 차지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런 상황에 걸맞는 특수한 게임의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채권자를 한 자리에 불러서 전체적인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법원이 관장하는 도산절차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절차이다. 자산관리공사가 하려고 하는 것은 이중 두 번째 요소만을 불완전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자명하다. 이 문제는 통합도산법의 논리에 의거해 법원이 주도해야 한다. 물론 채무자의 수에 비해 법원의 일손이 달리기 때문에 자산관리공사가 법원과 긴밀히 협력하여 그 부담을 덜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비단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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