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거미줄 지역망 통해 고객 밀착
금융권 영역구분이 모호해진 금융환경에서 지역기반은행, 서민중심은행으로 성장해 온 유럽 저축은행계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권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유럽 저축은행계에서 일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합병 및 통합. 최근 유럽 저축은행들은 합병·통합 및 기업인수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더욱 경쟁력 있는 저축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성 등을 위해 합병을 하고 있으며 국경내 합병은 물론 국경을 초월한 저축은행들과의 합병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합병은 언어간 장벽, 문화적 이질감, 개별국 간의 법적 규제 등이 상충해 실제로 합병후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보다 일반적인 경향은 인접국가간 합병. 포르투갈과 스페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및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간 합병이 보다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2002년말 유럽(유럽연합 기준)에는 저축은행을 포함 7700여 개의 금융기관이 있으며 이는 미국의 19만5000여 개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79%로 이는 미국의 93%수준의 3배에 해당하는 규모. 즉, 훨씬 적은 수의 금융기관으로 보다 내실 있는 경영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유럽 저축은행의 또다른 경향은 이른바 원스탑 시스템의 정착이다. 저축은행 한 곳에서 수신, 여신, 카드발급, 방카슈랑스를 통한 보험상품 및 유가증권 판매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유럽 금융권, 좁게는 저축은행계 흐름속에서 독자적인 생존 모델을 발전시켜 온 독일, 프랑스 저축은행 소개를 통해 한국 저축은행의 나갈 길을 간접적으로 조망해본다.
■ 독일
독일은 우리나라의 상호저축은행법과 유사한 법으로 저축은행의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의 규제 중심 법과는 달리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저축은행의 독자적인 영업범위 등을 인정하고 있다.
우선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 시중은행과 구별되는 영업범위를 인정해 현재 독일 저축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약 45%에 이른다.
시중은행은 대기업위주, 저축은행은 중소기업, 가계 및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여신을 통해 지역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명실상부한 서민중심의 금융기관이다.
즉 저축은행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모든 지역민들에게 일반 시중은행에서 다루지 않는 소액예금 및 대출 이외에 다양하고 포괄적인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방자치정부는 그 지역내의 저축은행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으며 더 나가 다른 지방 저축은행과의 정보공유 등 밀접한 협력관계를 통해 더욱 우량한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 저축은행의 대표격인 라인란트 지방의 라인란트 저축은행 그룹(Rhin eland Savings Banks Association)의 2002년 말 재무현황은 자산 145억5000 유로, 수신 98억6000 유로, 여신 94억9000 유로에 이른다.
라인란트는 외형적인 면에서도 은행수 45개, 지점 1200여개, 종업원수 3만6000여명, 470만여개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라인란트 저축은행이 발행한 카드는 Savings Bank 카드, 유로카드, 비자카드가 있으며 각각 560만장, 67만장, 4만5000장에 이른다.
이처럼 신용카드도 법적 규제 없이 발급 가능해 개인 예금 및 대출 수입 외에 수익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화된 수익모델 외에 라인란트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은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기업 이념이다.
‘우리는 모든 지역사회의 일원들이 다 함께 부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균형적인 지역 경제발전 및 지역시장 안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라인란트의 모토는 지역사회를 통해 축적한 이익은 지역사회를 위해 지출한다는 독일 저축은행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라인란트 그룹 칼하인즈 벤텔레(Karlheinz Bentele)사장은 “부의 사회환원이 지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며 이런 신뢰가 다시 저축은행의 이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독일 저축은행계는 실업 구제 사업으로 15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중 80%이상은 그 지역내의 장애인들을 위해 별도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울러 지역내 어린이를 위한 사업으로 유치원, 탁아소, 고아원 등을 거의 모든 저축은행이 운영하고 있으며, 예술인을 배양하는 취지에서 저축은행이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1년에 4천회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사업, 초·중·고등학교의 스포츠 지원 활동, 대학의 연구보조금 지원, 환경보존사업 등 지역사회를 통해 축적한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일 저축은행계는 지역사회를 향한 사회적 책임, 고객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
■ 프랑스
프랑스 저축은행은 지금부터 약 200년전인 1818년에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83년에 560여개의 저축은행이 존재했으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186개로 줄었다가 1991년 이후에는 지역적으로 구분된 34개의 자율적인 지역 저축은행으로 변모했다.
각 지역 저축은행은 지역 연고권이 보장되는 이른바 Debit System하에서 운영돼 이들 간에 경쟁 및 공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모든 금융시장에서 메이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BNP Paribas, Credit Agricole, Societe Generale 등 대표적인 시중은행 다음으로 프랑스내 4위, 유럽내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지역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 저축은행은 해당 지역을 이른바 소(Local), 중(Regional), 대지역(National) 3단계 조직으로 나눠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 조직은 450여개의 Local 저축은행과 그 산하의 4700여개의 지점으로 이뤄져 있고 각각의 Local 저축은행과 지점은 그 지방의 소매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중 조직은 34개 Regional 저축은행으로 이 조직은 프랑스 전지역에 걸쳐 분포돼 지점들의 본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 조직은 저축은행 중앙은행(National Bank of Savings Bank: CNCE)과 저축은행 연합회(Federation of Savings Bank: FNCE) 등 두개의 기구로 구성돼 있다.
저축은행 중앙은행은 저축은행 그룹들의 중앙조직으로 다른 국가의 저축은행들과 협상·협약 등을 조인·승인하는 역할을 하며 프랑스 내 저축은행 그룹들의 투자·마케팅 및 유동성관리 등을 담당한다.
한편 저축은행 연합회는 우리나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와 비슷한 기구로 34개 저축은행들을 회원으로 보유한 비영리단체다.
프랑스 저축은행의 국내 및 국제적인 대표기구라고 할 수 있으며 각 저축은행들의 전략 및 정책을 지원하고 직원들의 선진금융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분화된 조직하에서 4700여개의 지점은 과거 단순 창구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자산관리, 복합금융상품 판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기본적인 창구업무는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지점 중 특화된 지점은 이른바 중소기업지원 지점, 자동화 지점, 사이버 지점, 모바일 지점 등으로 나뉜다.
중소기업지원 지점은 중소기업들의 지원만을 위해 구성된 지점내의 특화된 조직으로 지역내 중소기업들의 자립을 보조하며 자동화지점에는 지점에서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각종 현금자동인출기 등이 설치돼 있다.
이외에 사이버 지점과 모바일 지점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의 고객들을 타깃으로 영업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이처럼 분권화된 조직망으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프랑스 저축은행은 유럽저축은행 중에서도 거미줄처럼 얽힌 가장 세분화된 조직망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것이 프랑스 저축은행의 경쟁우위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프랑스 저축은행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지역내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설명 : 지난 2~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저축은행협회 아시아·태평양지역 세미나 모습, 사진제공 : 우정사업본부)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