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들은 수 개월 동안 계속해서 만리장성을 노크한 끝에 최근 합작 자산관리회사 설립에 성공하거나 부실여신 매입계약을 맺는 등 대박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4대 국영은행의 막대한 부실여신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두통을 치료해 주는 대신 실속은 자신들이 챙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4대 국영은행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과 부실여신 정리를 전담할 합작 자산관리자회사를 설립키로 최종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1999년 설립한 4개의 자산관리공사를 통한 부실여신의 해외매각을 선호해 왔으나 결국 수개월에 거친 모건스탠리의 구애에 넘어갔다. 모건스탠리는 합작자회사 지분의 70%를 투자하고 중국건설은행이 나머지 30%를 출자키로 했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합작 자회사를 통해 중국건설은행의 부실여신 정리를 전담하게 되며 다른 국영은행의 부실여신 회수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중국건설은행은 4대 국영은행중 자산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부실여신비중이 5월말 현재 13.1%에 달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모건스탠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99년 4개의 자산관리공사(AMC)가 설립됐지만 은행권 부실정리가 지지부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조4000위안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들에 넘겼지만 채권회수 실적이 저조하고 은행권의 부실과의 전쟁도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중국건설은행은 모건스탠리와 손을 잡게 됨으로써 부실정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부실여신비중을 4%포인트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올해들어 5월까지는 2.59%포인트 줄였다.
모건스탠리가 중국 국영은행의 부실여신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른 미국 금융기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4대 AMC중 하나인 화롱자산관리공사로부터 108억위안규모의 무수익여신을 매입하기로 지난 3월 합의한 바 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