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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목표제와 한국은행법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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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7-02 22:20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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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새 물가문제는 시중의 화두가 아니다. 조흥은행이 매각되고 노동계가 이런 저런 이유로 파업을 시도하고, 북핵 문제가 다시금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누구도 물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표상으로 본 물가관련 수치는 이런 무관심을 정당화시키는 듯 하다. 6월중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 감소세를 3개월 연속 이어갔다. 전년동기 대비로 살펴 본 연중 물가상승률 역시 3%대여서 올해의 물가상승 억제목표의 상한인 4%를 준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바야흐로 지난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출범한 물가안정목표제는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또 현실의 물가사정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물가를 4%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물가안정목표라고 보기에는 너무 높다. 예를 들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는 대표적 국가인 뉴질랜드의 경우 그 범위는 기본적으로 0~2%이다. 이에 비해 볼 때 매년 물가가 3%가 넘게 상승하도록 방치하면서 물가안정목표가 준수되었다는 의미만으로 “물가안정”을 이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것도 모자라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물가안정목표를 마음대로 상향조정해 왔다. 올해만 해도 그동안 2.5% 수준으로 되어 있던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슬그머니 2.5~3.5%로 상승시켰다. 이런 식으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마치 사격대회에서 총구를 표적에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표적을 총구에 맞도록 이리저리 바꾸어 명사수를 양산하는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제대로 하려면 매우 안정된 물가목표(예를 들어 종래 기준이었던 2.5% 정도)를 정하고 그 목표를 그대로 준수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는 목표를 그대로 두고,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목표 자체를 슬그머니 수정하는 변칙은 이제 청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이 이처럼 물가목표를 바꾸면서까지 변칙적인 통화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금리상승만은 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각종 금융스캔들을 미봉책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은행은 거추장스러운 물가안정목표제를 던져 버리고 모든 것에 참견할 수 있었던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를 되찾기 위해 “물가안정 이외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한은법상 물가안정 이외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무조건 위법한 것은 아니다. 한은법 제4조에는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통화정책이 정부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통화신용정책이 경기활성화 등 다른 목표를 추구해도 무방한가는 현재 물가안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과연 향후 물가는 진정한 의미에서 안정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 모든 경제예측기관의 올해 및 내년 물가 전망치는 모두 3%선을 상회하고 있다. 이 수준은 “변조된 물가안정목표”의 시각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진정한 물가안정목표”의 시각에서 보면 목표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할 경우 한국은행은 지금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을, 그리고 그 정책만을 수행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 모두가 한은이 이런 정책을 펴기를 바라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만이 통화정책을 구현하는 유일무이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에게 그런 재량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그날까지는 한국은행은 한은법이 규정하는 바대로 행동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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