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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혜로와야 할 때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6-22 21:57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흥은행 노조파업에다 각종 현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현실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여건 속에서 생계유지도 어려운 판에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격앙된 여러 집단의 목소리는 해결주체가 마치 정부인 것으로 착각하게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해결의 진정한 열쇠는 우리 스스로 쥐고 있다. 실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개방환경하에서 정치적 타협만으로 엄청나게 확장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회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그 비용도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집단의 이익이 다른 집단의 손실을 댓가로 한다면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파레토 원칙마저 충족시킬 수 없다. 현 경제파라다임은 경쟁에서 이기는 구성원에게 경쟁에 준비도 못하고 밀려난 구성원의 몫까지 덤으로 주는 냉정한 구도이다. 국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재분배차원의 조세정책만으로는 국가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도 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적지 않은 성과에 의존하여 미래지향적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체제상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노사문제가 격화될수록 노동력의 비중이나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생산방식이 우세해질 수 밖에 없으며 현재 노조의 이익보호노력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생존기반을 잠식할 뿐이다. 사회형평(social equity)이나 분배정의실현, 사회책임투자(SRI), 지배구조개선 등 어쩌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개념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무하고 강조되는 가운데 정작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갑작스레 다가온 경쟁력 평가를 생존의 위협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위기의 극복이라는 세계적 판정에도 불구하고 거듭 불거지고 있는 금융부문의 문제는 시장작동이 어려운 기반하에서 단지 기관차원의 건전성 강조노력이 큰 의미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마비는 몇몇 카드사의 위험행위의 결과이지만 시장규율차원의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고 사후관리차원의 관심은 이미 희석되었으며 모두가 새로이 창출된 투자기회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세계화가 진전된 이후 선진경제로 도약한 예가 거의 없는 세계경제발전사를 보더라도 금융과 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은 그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다. 이제 소득 만불시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경제가 과연 이 정도에서 만족할 것인지 뒷걸음칠 것인지는 바로 우리의 현 태도에 달려있다. 그동안 고도성장이라는 명제하에서 불가피하게 억압된 금융부문의 경우 부당한 점이 있지만 체제개선차원에서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 강조되는 여건부터 확보해야 한다. 경쟁력이 저하되는 경우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주체가 정부인 것으로 보여질 지 모르지만 사실은 다른 납세자들의 주머니일 뿐이다.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재의 여건하에서 미래지향적 대비없이 기존이익에 집착할 수록 모두가 줄어드는 파이를 감수해야 한다. 경쟁력의 차이가 이런저런 이유로 무시될 경우 우리는 단순히 미래재원에서 그 지지비용을 충당해 나갈 뿐이다.

이제 위기를 겪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될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적은 규모라도 부실이 지지되는 시장여건은 결국 상황에 따라 사회적 비용처리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시장자체의 부실처리능력이 법적 체제가 덜 정비되었건 자산구성상의 문제이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이 지속될 수록 우리의 성장동인은 점차 약화될 수 밖에 없으며 노령화인구를 지탱하기 위한 청년층의 부담은 실업고통과 더불어 커질 뿐이다. 결코 연기금만으로는 우리의 미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

수익창출의 원천인 기업활동이 과거 체제상의 문제를 시정하는 차원 이상의 과도한 새로운 형태의 개입이나 간섭으로 저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자가 세계적 차원의 경쟁력을 구비할 때만이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자본과 인적자원의 이탈,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 정부의존적 금융시스템, 그리고 저성장과 고실업의 그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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