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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뭐길래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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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6-04 23:03

농협중앙회 상무, 경제학 박사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보고 있다. 그래서 노년을 어떻게 보람있게 보낼 것인가가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한편에서는 ‘명퇴’라는 이름으로 고령자를 몰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50대 인구는 450만명인데 그중 절반이 사실상의 실직상태라고 한다. 이름하여 ‘버려진 세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40대 후반이면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IMF사태로 인한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그때는 사실 불가피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IMF를 극복했다는 지금까지도 그런 현상을 방치(?)함으로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빨리 승진해야겠다는 조바심이 일고 고령자들에게는 조기 퇴직의 태풍이 불고 있다. 이것도 우리네 특유의 ‘빨리 빨리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조급한 백성이다. 작게는 밥 먹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경제건설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속전속결이요, ‘빨리 빨리’다. 오죽하면 해외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볼 경우 환영의 인사말로 한마디 내뱉는 것이 ‘빨리 빨리’이겠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빨리 빨리, 어서 어서’의 재촉 속에 살아간다. ‘빨리 일어나라’ ‘빨리 밥 먹어라’ ‘어서 학교에 가라, 심지어 손님을 맞이할 때의 인사말조차 ‘어서 오세요’다. 그 ‘빨리 빨리병’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재발되고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부채질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구조조정은 좋은 일이다. 경쟁력을 갖추자면 당연히 조직을 슬림화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단순히 ‘나이’라는 데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IMF 당시에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울만한 여유가 없어서 부득이 그랬다치자. 그런데 6~7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 기준을 적용한다면 사실 막가파식 편의주의요,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지금쯤은 명확한 인사기준과 평가방법에 따라 정말로 구조조정되어야 할 사람이 되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으면 경쟁력이 뒤진다고? 웃기지 마시라. 그처럼 무식한 발상이 없다. 한국사회는 나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사회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큼 사려가 깊어지고 일에 대한 생각이나 직장에 대한 사고도 완숙된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최대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인맥의 폭도 넓어지고 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젊은이보다 낫다.

그러나 열정에서 뒤진다고? 그것도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고령자를 퇴출 대상으로 삼다보니 열정의 불씨를 조직적으로 꺼버린 셈이 됐다. 멀쩡한 사람도 몇 달만 바보 취급을 해 보라. 정말 바보가 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분위기나 직장의 방침이 조기 퇴출이다 보니 고령자 스스로가 열정의 불을 끄고 무능력자로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이 왜 필요한가.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제 떠나라’ 한다면 그것은 조직으로서의 사회적 부담과 책임을 회피하는 게 된다. 평생을 다 바친 내부고객을 최대한 보호해 줄 때 그 조직이야말로 직장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임무를 다하는 것이 될 것이다.

50대면 짱짱하다. 60대라도 거뜬히 일할 수 있다. 역사상 노인이 더 생산적이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떻게 퇴출시킬까를 궁리할 게 아니라 임금제도의 개선이나 직무조정을 통해 고령자들의 생산성을 어떻게 더 높일까를 궁리해야 한다. 고령자들의 결점을 들추어내기 보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능력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그 동안 그만큼 내보냈으면 됐다 싶다. 아니, 더 퇴출시키고 싶다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고령자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큰 희망과 더 뜨거운 열정으로 직장에 기여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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