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주가조작을 적발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홍콩 감독청의 협조를 받아 현지에서 혐의자 경력조회 출석요구서 발송 등의 조사를 진행했고, LG투자증권 홍콩 현지 법인들을 상대로 자료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콩 증권감독청(SFC)과 조사에 대한 양해각서가 체결돼 있지 않아 계좌 추적이 어려워 애들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주가조작 자금의 실체와 자금흐름 등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찾는데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국제법상 금융당국의 조사 등 행정처분에 관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국가의 관할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하는 데, 자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이유로 홍콩 증권감독청과의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건의 혐의자들이 이미 미국 등 해외로 도주한 상태여서 검찰에 고발됐다 하더라도 처벌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자의 소재불명은 검찰의 기소중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일한 케이스의 주가조작사건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많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없어 감독당국이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사건들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들이었다”며 “적어도 홍콩처럼 국내 증권시장 투자에 활발한 국가에 대해서는 조사를 위한 사전 협약들이 마련돼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