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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에서 相生으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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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5-24 21:17

홍세표 前 한미은행장·외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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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났던 화물연대의 파업은 물류대란이라는 경제사상 최초의 오점을 남겼다.

큰 충격을 받은 국민중에는 나라의 장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이 된 지금에 와서도 어떻게 이러한 터무니없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며 불법파업을 한 주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한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파업사태, 철도민영화 추진계획에서 노조측 손을 들어준 정부가 그 기억들이 채 가시기전에 또 취한 조치이다.

그래서 그런지 파업근로자의 머리에 두른 붉은 머리띠와 띠 위에 선명하게 물들여져 있는 ‘단결·투쟁’이라는 구호의 의미가 석연치 않다.

지난 5월초 근로자의 날 TV에 방영된 어느 노동단체의 다채로운 행사때도 똑같은 빛깔의 똑같은 구호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른 근로자들을 보았다.

또 단상에 펼쳐진 운동원들의 규격화된 집단행동도 무척이나 호전적이고 뭔가를 부셔버린다는 이미지를 강렬하게 느끼게 했다. 이날은 근로자의 축제일이요 노사 모두가 같이 기뻐하고 축하하는 날이 아니던가? 투쟁이 웬 말인가? 누구와 투쟁하겠다는 것이며 누구를 이기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돌아오는 근로자의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또 왜 붉은 색 띠라야 하는가? 마치 옛날 유럽에서의 공산혁명 당시의 계급투쟁 모습의 재판을 보는 것 같아 섬뜻 했다.

이번 물류대란도 그 희생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 되었다. 결국 정부가 굴복하여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 결과가 되었다.

그렇다면 투쟁대상은 국가요, 종국적으로 국민이란 말인가?

노조의 투쟁은 부당하게 탄압받거나 불공평한 처우에 허덕이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주장하는데 있고 따라서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순수한 운동은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이 이만큼 성장하고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도 근로자의 흘린 피땀의 대가이며 그 과정에서 부당한 노동착취나 수탈이 있었던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되어버린 최근 상황은 전혀 달라져 가고 있다. 기업주들은 어떻게 하면 골치아픈 기업에서 손을 떼고 자유인이 되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또는 심지어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목메인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하기 힘들고 채산도 안맞는데다가 앞으로의 전망은 더더욱 어둡다는 참담한 심정에서이다.

그리고 경영악화의 첫 요인으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노사분규를 꼽고 있다. 외국인들을 만나봐도, 공개적인 발언을 꺼려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 투쟁성이 투자유인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노동조건 등 시장상황이 유리한 동남아제국 또는 중국으로 사업기반을 이동하고 있고 이동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간한 경제연감에서도 우리나라가 30개 경제권에서 적대적 노사관계수준이 최하위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국제투자유치 부문에서도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또 우리나라 노조에 대해서는 협력적이 아니라 투쟁적이라는 딱지가 국내외적으로 붙어 있다.

세계적인 노조운동의 추세는 투쟁에서 평화로 대립에서 협력관계로 그 방향이 바뀌어가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협조적인 독일에 있어서도 DIE ZEIT라는 신문이 독일경제가 불황에서 탈출 못 하는 이유가 동독과의 통일비용보다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집권사회당정책에 안주하고 있는 소수 귀족적 노동계급 때문이라고 간파하고 있다.

하물며 우리나라에 있어서랴 ?

우리나라 노조도 점차 귀족화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고 보아진다.

그러다보니 생존을 위해 투쟁이 더욱 강성화되는 것 같다.

‘머피’의 ‘사회운동의 법칙’에 “사회운동이 첨예화하면 할수록 상위권 운동원 숫자는 적어진다” 또 “대다수가 주장한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 하나만이 주장하는 것이다” 라고 해학으로 꼬집은 것이 있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처럼 집단이기주의가 판치면 요사이 회자되는 동남아 물류 허브건설은 물건너 갈 것이 뻔하다.

기업이 어려워지고 영업기반을 딴 나라로 옮기면, 이것은 곧 대량실업, 나아가서는 경제불황으로 연결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지나친 투쟁은 취업자와 비취업자간의 대립을 심화시킴으로써 노노의 갈등을 야기시킬 개연성도 있다.

‘머피’의 ‘분배의 법칙’에 또 이런 것이 있다. “공평한 분배란 많은 사람이 이익균점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등량(等量)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양(量)에 따라 나누어지는 것이 문제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에서 “이(利)를 위해서 행하면 원(怨)이 다(多) 해진다”고 했는데 자기 이익만 챙기려 들면 그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제발 기업도 키우고 국가와 국민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 붉은(투쟁·대립) 머리띠를 푸른(평화·협력) 빛깔로 바꾸고 구호도 ‘단결·협력’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렇게 되어야 노·사가 相生할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금융권도 바야흐로 노사간 임금협상의 계절이 되었다. 국가 경제가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전체 금융권의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점이다. 시절이 이런 만큼 올해 금융권의 임금 협상은 노사간에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원만한 타결을 이끌어 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부디 노사간에 相生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금융권만은 노사 갈등 없이 무사히 넘어가는 한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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