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시지프스’의 저주는 풀어지는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

기사입력 : 2003-05-12 10:04

홍세표 前 한미은행장·외환은행장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러시아의 작가 ‘안톤ㆍ체홉’은 “친절한 말씨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을 제 아무리 윽박지르고 큰 소리로 야단을 처도 끝내 그들을 설복시킬 수 없다”고 했다.

억압적으로 군림하여 아래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경우 이치로 설명해서 흔쾌한 마음으로 스스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직장 상사에게 야단을 맞고 마지못해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면 이것은 면전복종일 뿐 공감해서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권위의 탈을 쓰고 힘으로 억압하면 상대방의 불평불만 또는 반항심만 키워서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시대나 조직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되 관료주의로 표방되는 권력의 프레센스(PRESENCE)가 항상 감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 관료주의는 관치라는 형태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후진적이었던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오늘날의 괄목할만한 신장을 이룩했던 원동력이 우수한 관료조직이었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또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주체가 바로 이 관료조직임을 우리는 잘 안다.

예컨대 IMF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것이 우리의 우수한 관료들이며 그 조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위기를 초래한 것도 같은 관료조직이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몇 년 전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 “후진국의 관료주의는 전방위적으로 그 힘을 누리며 정책당국자들이 손쉬운 관치만이 만병통지약이라고 믿는데 그 병폐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국력이 신장되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오늘에 와서는 관료주의 내지 관치를 아무리 정교하게 합리화시키더라도 이들의 존속은 폐해만 나타나고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사실상 지난 몇 년간 관치청산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청산을 위한 노력이 기울어져 왔지만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특히 정부산하단체, 금융기관 등 인사에 있어 자율성확보를 위한 몇가지 제도상의 장치는 그럴 듯 하게 마련되었지만 장식에 불과할 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당국자가 아무리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변함없는 일방적 지시행정, 직ㆍ간접인사개입, 낙하산 인사 등 달라진 것이 없을뿐더러 최근에는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형태의 관료주의 또는 관치가 잉태될 개연성까지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정부가 옳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함에 있어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나쁘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소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관치행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실패(예컨대 문교행정, 의약분업, IMF 위기 등)를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고 옳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절차, 시의, 컨센서스 등 문제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상의 실패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 만큼 책임진 정책 당국자가 있었던가 ?

관료주의다 관치다 하는 것이 문제되는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차, 예측 가능한 결과에 대한 사전 검증, 공감대 형성 등을 속성상 무시하는데 있다.

또 관치의 한 형태인 인사개입이나 낙하산 인사는 어떠한 합리화의 논리를 붙이더라도 결국은 자기사람심기와 같은 정실인사가 그 내용이고 실체다.

이를 구구하게 변명하고 부인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오류인 것이다. 또 선량하게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 놓고 좌절감만 안길 뿐이다. 국민화합을 이런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조직과 관료주의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자기합리화라는 구실하에 더욱 더 힘을 얻고 팽창하는 법이다. 또 역으로 이런 경위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크면 클수록 이에 반비례해서 더욱 득세하는 것이 관료주의요, 관치임을 우리는 잘 안다.

‘윌리엄 테일러’의 이른바 ‘합리화의 역승수효과’인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관료주의 내지 관치에서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마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SISYPHOS)’의 운명처럼...

‘시지프스’는 신을 받들지 않은 죄로 저승에서 험준한 고산에 바위를 굴려 올리고 떨어지면 또 굴려 올려야 하는 영겁의 벌을 받는데 우리도 끝내 관료주의 내지 관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숙명인지 ?

‘시지프스’는 이 역경 속에서도 신에 대한 복수심을 키웠고 여기서 벗어나려 온갖 술책을 강구했지만 인간과 똑 같은 감정의 소유자들인 그리스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교활한 괴물’로 낙인찍히고 말았던 것이다. 정부의 인사개입도 다분히 이런 감정적요소가 바탕이 된 예가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라 짐작이 간다.

프랑스의 작가 ‘발작크’는 “비판의 대상이 된 권위는 이미 권위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모든 국민주체의 신뢰감과 동의를 얻지 못하고 오직 힘의 논리로 군림하는 정부의 권력이 문제인 것이다.

과연 관료주의니 관치니 하는 말들이 없어질 때가 오려는지 ?

또는 이런 단어들이 효율성과 합리성, 그리고 보편타당성의 의미로 자연스레 수용되는 시대(아마 그때는 이런 낱말 자체가 없어지겠지만)가 올 것인가 ?

허기는 ‘시지프스’ 자신은 모진 영겁의 형벌에 고생하였지만 그 자손, 예컨대 손자인 ‘베레로폰’은 영웅으로 성장하여 갖가지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던가 ?

그렇듯이 언젠가는 우리가 바라는 자율적인 화합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면 무리일까 ?



관리자 기자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KT&G ‘Global Jr. Committee’, 조직문화 혁신 방안 제언
대내외에서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KT&G
국어문화원연합회, 578돌 한글날 맞이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 공모전 열어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