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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SK 적대적 인수 후폭풍 확산

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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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4-27 18:56

대기업 사주 다투어 자사주 매입 경영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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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계열사 독립경영론 대두






SK (주)의 외국자본 피인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소버린이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주)의 지분을 14. 99%를 매집하여 1대주주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게 되자 경영권 유지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 기업들의 사주들까지도 경쟁적으로 본인이나 특수 관계인들을 통해 자사주 지분매입에 나서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다.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유통으로부터 한화주식을 매입, 개인 지분율을 종전의 12.95%에서 16.29%로 늘렸다.

한화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에 대한 크레스트증권의 지분 매집 사례 등을 통해 최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김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펀드의 일방적인 M&A 뿐만 아니라 국내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대량 매수해 경영참여 의사를 표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경영권 유지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오너들의 지분 확보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도 지난 22일 1만3180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종전 11.21%에서 11.31%로 늘렸다고 밝혔다. 권혁홍 신대양제지 사장도 장내매수를 통해 2.53% 포인트 증가한 33.48%의 지분율을 확보했으며, 본인 외에도 특수관계인을 통해 우호지분을 종전 65.77%에서 68.94%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동윤 세림제지 사장은 지분을 18.37%에서 21.86%로 늘렸다고 공시했으며 양성민 조광페인트 사장 역시 경영권 안정을 위해 본인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50.93%에서 51.66%로 확대했다.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 매입 추세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상희 영실업 사장은 최근 자사주식 21만8769주를 자기자금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지분율은 종전보다 12.72%늘어난 25%로 확대됐으며, 특수관계인 2인을 포함한 지분은 26.17%로 나타났다. 아펙스도 최대주주인 배성로씨가 경영권 안정을 위해 80만주(5.19%)를 매입, 22.24%의 지분율을 확보했으며 이노디지털도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들이 경영권 안정과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식 5만3357주를 매입, 지분율을 37.14%로 높였다고 밝혔다. 사주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자사주 매입도 늘어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자사주 300만주(94억5000만원)를 메리츠증권을 통해 장내매입키로 결의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총발행주식수의 4.52%이며 28일부터 7월27일까지 매입할 예정으로 회사는 외형상으로는 “주가안정을 위해 매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과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이뤄지는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경영권 안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게 증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외국인들에게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고, 적대적 M&A에 제한이 없어졌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능력은 미흡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사주들의 지분매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SK그룹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구속된 이후 뚜렷한 경영 주체없이 방황하다 이번에 소버린이 기습적으로 SK(주)를 인수하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계열 분리 독립 경영 소문이 나오고 알짜 기업인 워커힐 호텔의 파라다이스 피인수설이 등장하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계열 회사들의 인수 합병 소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도이치 은행은 SK텔레콤의 향후 최상의 생존 시나리오는 SK그룹에서 독립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이치은행은 만일 SK텔레콤이 그룹에서 독립할 경우 적정 주가수익배율(PER)은 12.1배에서 14.9배로, 잉여현금은 4220억원에서 1조123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또 순부채는 4조1870억원에서 3조4860억원으로,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26%에서 23%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SK글로벌에 대한 불필요한 지원도 없을 것으로 예상돼 그룹에서 독립하는 게 SKT의 경영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은행의 이 같은 전망은 메릴린치증권의 ‘독립 가능성’ 제기에 뒤이은 것으로 메릴린치증권의 송성호 애널리스트는 앞서 두번에 걸쳐 “채권은행이 SKG의 대주주인 SK㈜에 자본 투입 및 자산 매각 등의 책임 분담을 요구할 것이며 SK㈜로서는 곤혹스러운 책임을 갖게 되는 것이지만 결국 수용할 것이고, SK㈜는 이에 따라 여러가지 옵션을 생각하다가 결국 SKT 지분 19.81%를 매각키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SKT의 가치 평가를 위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SKT가 SK그룹 계열사로 남으며 SKG 부채 2조원을 떠안는 것이고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SKT는 △SKG로부터 자사 주식(2.7%)을 매입하고 △SKT가 SKG 보유 임대망을 매입하는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자칫 SKG 부채 2조원을 떠안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결국 SKT의 적정 PER를 12.1배에서 7.0배로, 잉여현금은 4220억원에서 1조4830억원으로, 순부채를 4조1870억원에서 6조910억원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S-Oil이 계열분리된 사례를 들며 두 사례 모두 기업 지배구조를 향상시켰고 투자등급 상향의 부수적인 효과를 낳았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대그룹이 하이닉스 반도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S-Oil은 쌍용그룹이 쌍용자동차 문제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을 때 계열 분리됐었다고 이 애널리스트는 비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주역인 SK글로벌의 유동성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존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다음달부터는 현금 부족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고 채권단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SK글로벌은 “해외 펀드에 묻어둔 SK(주) 지분 1000만주를 매각, 현금을 확보하고 싶다”며 채권단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SK글로벌의 문덕규 전무가 지난 22일 채권단 운영위에 참석 “회사 유동성이 이달까지는 괜찮으나 다음달부터 나빠질 것 같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SK글로벌의 유동성 악화는 최근 이 회사의 공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2일 SK글로벌은 “운영자금 활용을 위해 자사주 취득 신탁펀드 가운데 260억원 규모의 펀드를 해지키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며 유동성 확보에 돌입했음을 시장에 알렸다. 채권단의 주요 관계자는 “국내 3위 그룹이라는 SK는 매일같이 달라지는 발언들로 이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실사결과에 따라 동원자금이 얼마나 되며 계속기업으로서 회생가능한지, 청산시킬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증권 시장에서는 이런 SK그룹의 향후 처리 방향타를 쥐고 있고 SK(주)의 최대 주주인 소버린의 자금 성격과 배경을 놓고 무수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당국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크레스트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된 법인이고 대주주는 모나코에 소재한 소버린 자산 운용이라는 투자회사인 것 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소버린의 진짜 전주가 국내 대기업이라는 루머도 있고 이 자금이 최 태원 회장에게 우호적인 자금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만약 국내 대기업의 돈이라면 재계 순위 3위의 재벌이 적대적 인수 합병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그룹으로 넘어가는 첫 사례가 될 것이고 혹여나 최 회장의 우호적인 자금이라면 이는 기존의 대주주로서는 그룹 해체의 위기에서 기막힌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된다. 비록 당장에는 수면 밖으로 등장할 수 없을 지라도 재산만큼은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채권단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을 그만큼 늘리는 것이 되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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