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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영국 세종증권 연구위원

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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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4-27 18:56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지 인수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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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으로 자산 규모 47조 기업군 인수

소버린의 진짜 돈임자는 누구인가






국내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의 지주 회사인 SK(주)가 소버린이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외국이름의 자본에 적대적 M&A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을 계기로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대기업 사주들이 최근들어 경쟁적으로 지분률을 높이고 있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자료가 실제로 사태가 벌어지기 열흘 전에 발표되었다.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내용의 자료가 나온지 며칠만에 실제로 예고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두 번에 걸쳐 이같은 자료를 작성해 발표한 당사자를 만나 이번 사건의 전말과 본질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 처음으로 ‘SK 적대적 M&A위험 노출’이란 기업 정보자료를 낸 것이 지난달 14일이고 두 번째로 ‘SK 과매도 상태, 적대적 M&A 시도 방어 필요성’이란 자료를 낸 것이 역시 지난달 19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두 번째 자료를 발표한지 5일 뒤인 24일부터 소버린 펀드가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을 통해 SK(주)의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달 9일까지 모두 14.99 %의 SK(주)의 보통주를 매입하여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사실상 적대적 인수 합병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다. 어떻게 사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견할 수 있었나.

보고서 작성 당시 주가가 주당 7000원 미만이었고 최대 주주였던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보유 주식을 모두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 사실상 지배주주로서 위치를 상실한 상태였다. 결국 당시 동사를 인수할 수 있는 유효 지분률을 20%정도라고 가정해도 1700억원 만 있으면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주회사인 SK(주)의 인수는 사실상 자산규모 41조원의 국내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 인수를 의미한다.

2000억원도 안되는 자금으로 국내 3위의 그룹을 인수할 수 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구나 관심을 가져볼만 하지 않은가.

특히 당시 SK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추정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모든 부채를 전부 상환하고 SK글로벌과 관련된 매출채권 1조5000억원을 모두 손실 처리하여 청산을 한다고 가정해도 3조7000억원의 순자산이 남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과 계속 가치를 감안하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동사의 가치는 최소 5조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럴 경우 적어도 주당 순자산 가치는 3만8000원을 넘어 적대적 인수 합병의 매력이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 그럼 현재 크레스트 증권이 SK의 주식 14.99%를 인수함으로써 적대적 인수 합병이 성공한 것인가.

그렇다. 실질적으로 소버린이 SK를 인수했다고 보아도 좋다. 소버린 펀드로서는 시장이 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 소버린의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유추해 보면

일단 14.9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당분간 지구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는 수익 창출이 최대의 목표이다. 당분간 시장에서 파는 것은 수익이 크지 않으므로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비교적 단기간에 매각하여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아마 블록 거래를 할 것이다. 즉 한목에 다른 외국자본이나 국내 재벌기업, 아니면 SK에 다시 되파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매우 복잡 다기한 상황이 연출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소버린측이 말하는 것처럼 롱텀, 즉 장기투자를 할 경우 경영참여는 필수적이다. 결국 서서히 여론의 예봉을 피해가면서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갈 것이다. 단 이같은 가정은 소버린 펀드의 자금이 기존의 SK 대주주측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아직 우리는 소버린 펀드의 객관적인 모습을 모른다는 것이다.

- 그러면 자금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상황 논리로 보아 다양한 개연성이 존재한다. 이번에 주요 주식 매집 창구였던 도이치 증권은 SK와 기존에 거래가 있었던 외국증권사였으며 주식 매집이 14.99%에 그쳤다는 것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지금까지 수지 타산을 분석해 보면 SK와 소버린 모두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손해를 보고 있는 측은 채권단 밖에 없다. 특히 SK가 외국인투자회사가 됨으로써 다른 그룹사의 부실에 대해 배타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이번 사건이 우리 자본 시장에 준 의미는 무엇인가.

주식시장, 자본시장에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시장에서 언제든지 적대적인 인수 합병이 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존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지고 이것이 소액 주주들에게 이전된 것이다.



- 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대기업들이 주장하듯이 출자제한 조치 때문인가 아니면 시민 단체의 주장처럼 불투명한 경영 때문인가.

한마디로 불투명한 경영 때문이다.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주 회사 체제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들어 대기업 사주들은 물론 중견기업 대주주들도 다투어 주식 매집을 통해 경영권 강화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는가.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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