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종합형’ 결합된 특화형 개발 ‘붐’
금융산업의 재편과 세계화 추세 속에 보험산업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는 8월 시행될 방카슈랑스 시행 등은 보험산업이 더 이상 ‘답보’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보험산업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보험상품의 변화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본지에서는 현재까지 개발·출시된 선진형 보험상품의 특징을 살펴보고 향후 보험산업과 상품이 어떻게 전개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 생보시장
국내 생보업계는 그동안 종신보험의 급속한 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려왔다. 건강과 노후대책, 재테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생보업계도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생보업계의 선진형 상품으로는 종합헬스케어 보험과 변액보험, 변액유니버설보험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대개 종합헬스케어 보험이라고 불리는 상품들은 보장 내용이나 보험료 등이 엇비슷해 좋은 상품을 고르기가 어렵지만 차별화 된 서비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보험 상품들도 있다. 삼성생명의 CI(Critic al Illness)보험인 ‘삼성리빙케어보험’과 교보생명 ‘무배당 패밀리 어카운트 보험’이 대표적인 상품으로 종신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보험으로 꼽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리빙케어보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CI(Critical Illness)보험의 하나로 선진형 생활보험 상품이다.
암이나 뇌중풍 심근경색 등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중대한 질병과 조혈모세포 이식수술과 같은 중대 수술 등 12종의 치명적인 질병과 수술을 보장함으로써 보험의 본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보생명의 ‘무배당 패밀리 어카운트 보험’은 은행의 계좌(acco unt)개념을 도입, 동일한 보험료를 내면서 고객 필요에 따라 보장내용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카멜레온형 보험상품’이다.
이 상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고객의 위험보장을 재해보장, 질병보장, 사망보장 등 총 44가지 선택특약을 붙이거나 뗄 수 있도록 설계해 연령별 위험 보장을 극대화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대한생명도 지난 20일 CI보험과 종합헬스케어 상품의 마케팅을 전담하기 위한 ‘신시장 개발TFT’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상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대한생명은 현재 코아메드라는 국내 의료서비스 업체와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미국 앤더슨 병원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앤드 우먼스병원, 메이요 클리닉 등 해외 유명의료기관과 2차 진료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타진중에 있다.
또한 국내 80여곳의 대형 의료기관과 제휴를 체결하고 진료예약서비스는 물론 고객들에게 3차까지 진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고객들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헬스케어 전담 팀을 구성해 기존 CI보험과 FA보험을 확대시키고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장기간병보험상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수립해 VIP마케팅과 더불어 ‘대 고객서비스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돼가고 있고 조기 퇴직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금에도 가입하면서 간접투자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를 희망한다면 일부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변액연금보험’이 고려해 볼만한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은 보험사들이 고객이 낸 보험료로 펀드를 구성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후 그 수익금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잘 한다면 현재 연금보험에 적용되는 이율 6.0%보다 훨씬 많은 수익률을 올려 짭짤한 수익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증권 또는 채권시장이 좋지 않아 보험사가 자산운용에 실패하면 연금액수도 떨어지게 되지만 보험사들은 아무리 수익률이 안 좋더라도 고객이 낸 보험료 전액은 보장해 주기 때문에 원금손실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도 장점 중에 하나다.
변액연금보험은 현재 삼성, 교보, 대한생명이 판매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국공채와 회사채 등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하는 ‘단기채권형’,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혼합형’ 등 세 종류의 상품을 판매한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에서 판매하는 세 종류의 상품 이외에 ‘주식인덱스(KOSPI지수에 연동되는)형’ 상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특히 납입한 보험료를 전액 보장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70%까지만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한생명도 채권형과 혼합형, 주식형등 세 종류를 운영하고 있으며 납입한 보험료는 전액 보장해 주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물론 변액연금보험이 납입한 보험료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자산운용 능력에 따라 최근 정기예금이자보다 못한 수익률로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변액유니버설보험(Variable Uni versal Life Insureance)은 변동형 상품인 변액보험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유니버설 보험의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지난 1970년대 말 미국에서 등장한 신종보험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에 따른 신축성과 현실성을 최대한 반영키 위해 고안된 생명보험상품으로 대체로 무배당보험 성격이 강하며 보험계약자의 변동에 따라 저축액, 보장액, 보험료 등의 변수를 가입자가 조절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보험상품이다.
이르면 올 8월 방카슈랑스 실시에 맞춰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상품이 출시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경우 특별계정팀을 중심으로 준비중에 있으며 해약환급금에 25%이내로 연 4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기본안을 마련했다.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은 이미 유니버설형 상품을 지난 82년과 2001년에 각각 판매했던 경험이 있어 변액유니버설 상품개발과 운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출시될 경우 은행은 물론 증권·투신업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 손보시장
손보시장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자동차보험과 연계된 상품과 서비스개발이다. 현재 온라인 자보상품 개발을 비롯한 초보험과 장기간병상품의 개발이 급물살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고객취향에 맞는 보장과 서비스내용을 전문화시켜 ‘多보장’의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손보사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자보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 손보사들도 온라인 시장 진출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 및 현대, 동부, LG화재는 시장진출 준비를 끝낸 상황이지만 1사 2요율체제에 대한 기존 조직의 반발을 염려해 진출시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제일화재의 ‘I-First’, 교보자보, 대한화재의 ‘하우머치자동차보험’은 초기시장진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안정적인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젊은 운전자 층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한 ‘원스톱 보험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진입초기부터 자보시장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현재 성장세가 조금 둔화됐지만 포화상태에 이른 자보시장의 신 판매채널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소형사로서는 쌍용화재가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고 손보시장의 새로운 진입사로서는 교원나라와 알리안츠 손보가 진입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형사로서는 LG화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입시기를 타진하고 있어 조만간 온라인 자보시장의 대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인터넷 보험의 특성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높은 손해율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6월 일본 동경해상에서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한 초보험은 생·손보 상품을 일체화한 획기적인 상품이다. 현재 국내 손보사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상품으로써 삼성화재가 가장 발빠른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초보험은 고객에게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주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평생 보장해 주는 신개념 상품으로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이나 화재보험, 생보사의 종신보험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놓은 혁신적인 보험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초보험은 보험 게이트웨이 기능이라는 신 시스템을 통해 생·손보 상품의 성격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입출금도 자유롭도록 했다. 게이트웨이 기능이란 자유로운 입출금 관리기능으로서 생·손보보험료를 합산해 관리하며 입금액이나 방법 등을 고객 마음대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으로서 현재 생보에서 개발 중인 변액 유니버설 보험이나 교보생명의 ‘무배당 패밀리 어카운트보험’의 어카운트(account)기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도 초보험에 대한 고객들의 생소함으로 판매실적이 저조한 편이지만 일본내 손보사는 물론 생보사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미래지향적 보험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최대 생보사인 일본생명과 계열사인 닛세이 동화손보는 지난해 4월부터 생·손보 통합상품인 ‘치카라 레이디 프로젝트EX’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일본아사히 생명도 ‘보험왕’이라는 타이틀로 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는 삼성화재가 이미 지난 해 6월 동경해상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동경해상 관계자들이 삼성화재를 방문했다. 올해에도 두번에 걸쳐 삼성화재 실무진들이 동경해상을 방문할 계획이다.
초보험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생보사 실손보상형 보험상품 판매 허용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소득저하 및 기업구조조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계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에서 생·손보 융합으로 실손보상의 요소를 가미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은행, 증권, 보험이라는 영역 구분이 허물어지고 금융겸업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생보와 손보의 상품을 결합해 보장의 중복을 없애고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통해 보험계약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보험의 본래 취지에 부합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초보험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우선 상품개발과 시스템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동경해상의 경우 초기 사업개발비에만 600억원을 투입한 상태며 지금까지 시스템 보완작업과 신 시스템 대체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생·손보를 일체화 했기 때문에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과 판매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하므로 과연 국내 손보사들의 실정으로 이만한 능력을 보일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방카슈랑스의 실시와 더불어 손보업계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초보험과 온라인 자보 등의 신 판매채널과 상품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승관 기자 sk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