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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제도 도입 현황과 전망 (上)

문승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3-12 19:28

勞·使·政 합의로 제도 마련해야

정상적 운용 위한 장기적 계획 수립 필요



기존 퇴직금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로서 기업연금이 도입될 전망이다. 기업연금제도는 노후소득체계 강화, 증시의 안정적인 수요기반 확충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놓고 정부, 노동계, 경영계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연금시장을 놓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기관들이 운용비율을 확보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금융기관들의 기업연금 준비현황을 살펴보고 정부, 노동계, 경영계의 입장을 정리해 보고 향후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따른 전망을 두번에 걸쳐 알아 보고자 한다.



■ 현황

지난 10일 노무현 대통령은 재경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증시안정책과 관련해 기업연금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므로 반드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제도도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발표한 안을 살펴보면 확정급부형과 갹출형 중 노사간 합의를 통해 선택하도록 하고 확정갹출형을 선택하더라도 최소보장 규정을 둔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부담은 퇴직금 수준으로 하고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과 국민연금과의 연계는 이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연금제도를 선택적으로 도입하도록 할 예정이며 과세혜택 등을 통해 퇴직금에서 기업연금제로 이행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주가의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업연금이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주식 수요기반이 확충되면 주가의 변동성이 줄어들 뿐 만 아니라 기업가치에 기초한 투자관행이 정착되면서 국내 주가의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후소득 보장이 목적이라면 퇴직금대상에서 제외되는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업연금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퇴직금 운용의 책임이 근로자 개인에게 있는 만큼 퇴직소득의 보장이 기존 퇴직금제도보다 어려워 확정갹출형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주가폭락으로 기업연금기금의 손실규모가 확대돼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등 사후임금이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

경제계 역시 현재 종업원에 대한 퇴직비용 이상의 추가적인 비용지출이 따른다면 기업경쟁력 악화는 물론 이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의 도산이 줄 이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기업연금제가 도입되더라도 추가적인 지출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업은 근로자 월 평균소득에서 법정퇴직금8.33%와 국민연금 4.5% 등 12.83% 이상을 부담하고 있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로 퇴직금제도기능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 종류

기업연금은 크게 확정급부형(Defined Benefit)과 확정갹출형(Defined Contribution)으로 구분된다.

확정급부형제도는 연금의 급여가 사전에 명시되며 사용자의 갹출에 의해 적립된 기금을 별도의 법인이 운영하는 제도다.

최종급여가 사전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금기금의 운용결과에 대한 위험과 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하게 된다.

반면 확정갹출형제도는 사전에 연금급여가 정해져 있지 않고 기업의 갹출의무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 기금의 운용실적에 따라 최종급여가 지급되는 제도로서 기금운용의 위험을 종업원이 부담하는 제도다.

확정급부형의 경우 동일사업장에서 정년까지 고용되는 장기근속자에게 유리하나 근로자의 연금급여가 확정돼 있고 운용의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어 기업수명이 짧거나 경영사정이 악화된 기업의 경우 연금운용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가속될 수 있으며 종업원에 대한 연금급여의 지급보장성 또한 위협받을 수 있다.

확정갹출형의 경우 일정한 갹출금이 종업원 개인의 계좌에 정기적으로 적립되기 때문에 이동성 및 통산가능성이 높아 이직률이 높은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금운용의 위험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으므로 연금급여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 문제점

퇴직적립금 중 40%는 기업이 자사 내부에 적립하면서도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어 기업흥망에 좌우되는 퇴직소득의 불안정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401(k)와 같은 확정갹출형 기업연금 등 보다 다양하게 기업연금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투자가 자유롭지만 원금손실이 날 수도 있는 확정갹출형 연금들은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보장한도와 충돌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기업연금을 퇴직금 사외적립수단으로써만 중시하는 단기적인 시각이다. 사실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기업 내부에 적립하든 외부에 적립하든 문제가 없다.

미국은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에 있어서 연금의 특성에 초점을 두고 각 금융기관이 가지는 기관별 자산운용의 장·단기 특성에 따라 기업연금을 운용하고 세제혜택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퇴직금의 기업분리에만 치우쳐 기업연금의 사회경제적 기능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

장·단기 금융기관 모두에게 세제혜택 기업연금을 허용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퇴직금 중간정산을 연금계약에 허용함으로써 장기간 유지되어야 할 퇴직보험계약의 해지와 체결이 1년 단위로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근로자들의 퇴직금 누적규모의 축소는 물론 연금자산의 장기적 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 기업연금의 문제는 이렇듯 먼 미래를 보지 않는 데에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기존 확정급부형 기업연금제도 이외에 401(k)와 같은 확정갹출형 연금제도를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염려스러운 점은 근로기준법의 개정 등 많은 해결사안들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연금 본래의 기능보다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강조되는 점이라는 것이다.

확정갹출형의 경우는 투자실적을 근로자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니 만큼 근로자 노후소득의 보장을 위한 제도의 설계와 장기투자환경의 마련에 기존 제도보다 더 많은 재고가 필요한 제도다.

선진국에서 연금기금이 긍정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연금기금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사회보장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면서 그 투자과정에서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연금을 도입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연금을 사외에 적립할 만한 능력이 있는 기업이 몇 안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근로자 봉급의 8.3%를 퇴직충담금으로 적립하게 돼있으나 이를 이행하는 기업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미적립하거나 장부상에만 적립하고 실제로는 회사운영자금으로 쓰고있다.

자산운영이 기업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연금지배구조에 연금수혜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도 중요하다.



문승관 기자 skmoo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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