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재경위가 개최한 보험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생보의 실손보상 허용문제를 놓고 양 업계간 ‘밥그릇 싸움’이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는 당초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경위 소속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1시간 40여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정의화, 김정부, 이재창, 홍준표, 나오연의원(이상 한나라당), 박병윤의원(민주당)등 6명의 의원만이 참석했고 그나마 끝까지 공청회를 지킨 의원은 3명밖에 안돼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날 진술인으로는 정홍주 성대교수와 강호 보험개발원보험연구소 소장, 김헌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운영센터 위원 등 학계와 업계 관계자 7명이 나섰다. 이날 공청회의 최대화두는 생·손보간 실손보상문제였다.
고유영역사수를 놓고 생손보간 치열한 논쟁을 펼쳤으나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정확한 문제의 요지를 파악못해 결국 ‘뻔한질문에 맥빠진 의견’만 오고갔다.
이날 손보업계는 실제사고피해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는 ‘실손보상제’를 생보사에 허용하는 문제는 보험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손·생보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손보사들의 경영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보사가 실손보상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10개 손보사 중 절반이 2~3년내에 파산하고, 결국 보험산업 붕괴는 물론 공적자금 투입 등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어 당초 법개정안을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는 현재 손보사가 판매하고 있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저축성연금상품은 원래 생보사의 고유영역상품이므로 손보업계가 고유영역 운운하며 자기영역을 지키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가한 정홍주 성균관대 교수의 의견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정교수는 생보의 실손보상 허용과 관련해 손보에서 실손보상과 정액보상이 병용되고 생보도 정액보험과 변액보험이 공존하므로 ‘손보는 실손보상’, ‘생보는 정액보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제도적으로 생명보험은 보험의 대상으로 구분한 것이고 손해보험은 보상방식으로 구분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양자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려는 데서 문제의 일부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교수는 국내 법률개정안이 일본의 보험업법을 차용하고 있어 제3보험 분야의 생·손보겸영을 허용하고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제3보험을 별도의 면허로 구분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이러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관련규정 변경을 전제로 생보사나 손보사가 우선 제3보험 겸영을 위한 별도의 보험사를 설립한 뒤 제3보험분야를 새 보험사에 P&A방식으로 이전시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방법의 경우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만큼 업계 관계자들의 심도있는 추가적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청회의 결과가 보험업법 개정 통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는 것. 손보업계에서는 이번 보험업법개정안에 실손보상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생보업계는 제3분야에 실손보상허용은 세계적인 흐름이고 국내 보험시장환경이 기형적으로 발전해 왔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 업계간 서로 상반된 반응 속에 향후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말 얼마나 ‘개정’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이라는 반응이다.
문승관 기자 sk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