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조금이라도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이나 조직 모두가 주기적으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대비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미신인줄 알면서도 점을 치러 다니거나 사주팔자를 보러 다니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시기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어느 미래 학자의 표현대로 불확실성의 시대임이 분명한 것 같다.
불확실성 지속되면 경제 부작용 심화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들은 아노미,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람의 감정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활동의 경우 이런 부작용이 더 심하다.
전쟁을 앞두고 이라크와 미국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유가가 출렁이고 긴장감이 고조되며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 곳곳에서 빨간 신호가 점멸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마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긴장감이 빨리 해소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심지어는 노골적으로 말해 전쟁은 없으면 좋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빨리 시작돼 단기간에 끝났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하는 것이다. 말은 안 해도 정부의 심정 역시 경제계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는 각종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9.11테러 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소매업은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도 급락세를 나타냈으며 `새정부 길들이기`라는 정략적인 요인이 개입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북한이라는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인 이유를 들어 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나 내렸다.
그나마 생산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다소간 위안을 주고 무디스와는 달리 영국의 피치사는 우리나라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다행이지만 비관적으로 평가하든 낙관적으로 보든 한국경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요즘의 경기둔화와 심리위축은 경제외적인 불확실성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경기대책을 내놓아도 효과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기대하는 결실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만 끌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까 드디어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전환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인 절반 이상이 이라크나 북한보다 미국이 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응답자의 53%가 세계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나라로 미국을 꼽았으며 그 뒤를 이어 이라크 28%, 북한 9%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또 독일인 62%는 2차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 재건을 돕고 옛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 조약기구로부터 안보와 자유를 보장해준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채무 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독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라크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반전 운동이 더욱 진전될수록 이런 인식은 더욱 널리 퍼질 것이다.
이는 불확실성을 증폭 시키고,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불안감을 확대 조성하고 있는 미국, 그중에서도 특히 부시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결과일 것이다.
사소한 불확실성은 사람이나 조직의 긴장감을 높여 활력소가 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끌고 일상화 되다 보면 개인의 경우 정서적인 불안을 가져오고 조직은 구성원의 화합을 해쳐 종국에는 조직 자체가 와해되고 마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 온다.
더 이상 미국에 채무의식 없어
하루빨리 미국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전쟁 발발의 불확실성과 북핵 문제가 초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불안요소, 새로운 정권이 집권하면서 사회의 주류가 변화하는 데서 초래되고 있는 막연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안정 속에서 생활하고 싶은 것이 일반국민의 속마음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반전운동이 아무리 확산돼도 부시는 후세인의 종말을 보고야 말 것 같고 미국의 정책 전환이 없는 한 북핵 문제도 당분간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일시적으로 피로하다고 해서 개혁을 포기하고 우리 사회를 지금까지의 상태로 끌고 갈수도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가보다. 사실 이는 우리뿐만이 아닌 지구촌의 동시대인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부인한다고 해서 개선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제어 가능한 불확실성은 최대한 빨리 제거하여 개인이나 조직이 원활히 움직일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강종철 논설위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