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달러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것에는 각국이 디플레 압력을 감수하며 미국 경기 회복을 용인하는 것으로 판단되나, 달러 약세가 장기화되거나 미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질 경우 연이은 통화가치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디플레 압력에 직면해 그 탈출구로 달러 약세를 이끌어냈으나,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세계 경제에 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메리츠는 "이같은 추세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으며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디플레이션 리스크 속에서 새로운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경제지표 추이를 보면 하반기중의 경기 동향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들이 순환사이클 상 정점에 이르고 있어 전쟁충격이 없더라도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쟁 이후의 미국 경제는 시장이 기대하는 것 만큼의 강한 회복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메리츠는 "지난 걸프전과 테러 이후에도 상승하지 않았던 금값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실물환경의 부진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불확실성 하에서는 채권 및 부동산, 금과 같은 가치가 확실한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금리 하락은 미국 경기가 전쟁 이후에도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 하에 경기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잠재 성장률과 물가 수준이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이 금리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