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에서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거시 지표보다는 개별 국가의 산업구조 특성을 반영한 업종 지표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보도했다.
UBS워버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경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데 주목하고 "경제 성장률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초단기적 혹은 장기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분석했다.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느냐 못미치느냐에 따라 시장이 나타내는 즉각적인 반응 및 30년 정도의 긴 시간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경제와 증시의 수렴 현상을 제외하고는 경제 성장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찾기 어렵다고 이 증권사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디서 지침을 얻어야 할까. 한국이나 대만, 인도와 같이 정보기술(IT) 산업의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는 뉴욕 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집계하는 BB율(수주-출하 비율)을 통해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SEMI의 BB율이 동시에 바닥을 쳤을 때 한국가 대만, 인도 증시가 동시에 곤두박칠 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
금융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이 강한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증시에선 가늠자가 달라진다. 홍콩의 경우 금융업체들의 GDP 비중은 약 20%지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가운데 절반을 점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나 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홍콩 통화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 총 여신 규모는 1조8000억홍콩달러(2307억달러)로 전년비 3% 줄었다. 이는 홍콩의 지난해 추정 성장률 2.1%에 비해 홍콩 증시의 움직임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