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기업들은 투자를 미룬채 여유자금 축적에 몰두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중 개인부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27조원을 조달(차입)한 반면, 금융상품에 운용(저축)한 자금은 21조8000억원에 불과, 5조2000억원의 자금부족을 기록했다. 이같은 부족규모는 17년만에 처음으로 자금부족 상태를 보였던 전 분기에 비해 3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차입 증가폭은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커진 반면, 저축 증가규모는 2조3000억원 축소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이 실물투자보다 많은 개인부문은 지난 65년 통계이후 늘 자금잉여 상태를 보여오다 지난 85년 2분기중 최초로 자금부족을 기록한 바 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들어 나타난 개인부문의 자금부족 현상은 주택 투자를 크게 늘려서 생긴 것으로, 급격한 소득감소로 자금부족이 발생했던 지난 85년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부문은 부채증가폭을 줄이고 운용은 늘리는 등 자금부족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다. 3분기중 기업의 자금조달(부채증가) 규모는 전분기보다 4000억원 줄어든 18조9000억원에 그친 가운데, 자금운용(금융자산 증가)은 1조8000억원 늘어난 14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에따라 3분기중 자금부족액은 전분기보다 2조2000억원 감소한 4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조성종 국장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자금수요는 크지 않은 반면,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자금운용 여력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9월말 현재 개인부문의 금융부채 잔액은 총 435조6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5조4000억원(6.2%) 증가했다. 총개인부채 규모는 연간 국민총소득(GNI)대비 76%로 일본(71%)보다 높으며, 미국(79%)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규모는 부채의 2.14배에 그쳐 2.51배에 달했던 1년전보다 악화됐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