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증권업계 최초로 43년 역사의 건설증권이 스스로 문을 닫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업계는 건설증권 개별 회사의 존립여부보다도 향후 중소형 증권사의 미래 전망을 놓고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업계는 이렇다 할 금융 사고의 발생이나 운용손실을 본다거나 커다란 투자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 동안 별탈없이 손익분기점을 넘겨오던 건설증권이 결국 증권시장 변화라는 대세에 적응하지 못한 채 침몰하자 앞으로는 탄탄한 재무구조나 특화된 수익모델 없이는 어떤 증권사도 생존할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단 업계는 이번 건설증권 청산이 증권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 자체도 워낙 작고 비상장 증권사 인데다 시장 점유율 또한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 증권중계 업무 외에 이렇다 할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건설증권이 몇 안 되는 영업점 마저 대폭 축소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청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건설증권이 청산된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현재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소형증권사들이 이번 자진 청산을 지켜보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들도 수익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계 업무 외에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소형사들이 살아 남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동안 그럭저럭 손익 분기점을 맞춰 가며 시장 변화에 둔감했던 소형사들에게 건설증권의 청산은 하나의 시그널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삼성증권의 변신 선언에 이어 건설증권이 자진 청산을 발표함에 따라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장논리에 입각해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위기다.
그 동안 약정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던 국내 증권업계는 63개의 증권사들이 치열한 위탁영업 경쟁을 펼쳐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선두주자인 삼성증권이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위탁영업경쟁에서 탈피를 선언, 새로운 수익모델을 추구하고 나서자 여타 대형사들도 이 같은 변화에 조금씩 편승해 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형사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을 비롯한 대형사들처럼 막강한 자금력도 없고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투자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몇몇 증권사들의 경우 온라인증권거래시장이 활성화 되던 당시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특화 영역을 구축해 놓고 있지만 여기서도 뒤처진 증권사들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향후 막강한 자본력과 전문 인력을 앞세워 변화를 리드해 가는 대형증권사와 특화된 영역을 구축해 놓은 몇몇 증권사들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갈수록 위탁영업부분의 수익비중을 줄이고 IB 또는 자산관리업무 등으로 수익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위탁매매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소형증권사들간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결국 특화 영역 구축에서 실패하는 증권사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