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에는 또 하나의 작은 자산관리공사가 있다.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일컬어지는 전문 인력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지식정보부가 바로 그곳이다.
지식정보부를 총괄하고 있는 노정란 부장(41·사진)은 “IMF 이후 자산관리공사의 역할과 책임이 국유재산의 관리 등에서 확대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공사 내부의 효율적인 조직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함을 절감했다”며 부서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역시 여타 공기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기존 관행을 유지하는 것에 급급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 이에 당시 지식정보센터 팀장이었던 노부장은 국내외 지식경영사례, 공기업의 조직문화특성 등의 조사 분석에 들어갔다. 또한 실무팀장회의를 통해 주요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지식경영팀이 2000년 3월 발족됐고 여기에 인터넷정보사업팀을 통합한 지식정보부가 지난해 2월 탄생했다. 현재 지식정보부엔 조사/연구, 지식경영, 지식정보센터, 인터넷정보사업, 공사 40년사 발간 업무를 맡은 기획팀 등 5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과정을 “열정이 없이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노부장은 말한다. 전례가 없는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자료 조사부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루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경영진에게 어필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더군다나 여성이기 때문에 들어야 하는 뒷말들을 감내하는 것은 업무를 추진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고….
이제 그 많은 고통들을 이겨낸 그녀의 노력을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기획예산처와 행자부가 주관하는 공공혁신대회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상을 수상하게 됐다. 또한 자산관리공사의 브랜드 파워인 부동산 부문에서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위해 전자입찰 시스템을 3년간 연구 조사했고 이제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다.
노부장의 평균 퇴근 시간은 막차가 끊기기 직전이다. 그의 팀원들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자신이 맡은 부분만큼은 제대로 하자.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거에요”라며 “하고 있을 일 자체가 경쟁력이자 자기성장에 대한 투자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노부장은 평소 이러한 소신을 강조했고 지난 98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으면서 실천해 옮기기도 했다.
오늘도 막차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노부장은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자신이 속해 있는 직장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내일을 준비할 것이다.
라경화 기자 harden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