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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불이라도 콩만 잘 볶는다면

주소영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10-20 18:54

[기자수첩]

통신 4사가 3000억원을 IT분야에 집중 투자, 어려운 벤처업계에 단비를 내려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이것은 통신 4사의 ‘울며 겨자먹기’ 투자다.

IT분야의 불황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 분야에 투자한다는 그 취지는 좋다. 하지만 내달말까지 결성된다는 이 조합의 구체적인 추진안은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은채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진 결정은 왠지 미덥지 않다.

SKT, LGT, KT, KTF 4사는 벤처기업 창업 및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 3000억원의 자금중 1000억원은 기존 투자조합에 넣어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캐피털에 지원하고 2000억원은 전문투자조합을 설립, 수익성 위주가 아닌 산업 활성화 차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회사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구체적으로 1000억원 중 얼마를 어느 벤처캐피털에게 지원할 것인지, 2000억원의 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은 누가 될 것인지,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답해 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본인들도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위에서 내려온 결정이라서 열심히는 할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투자금의 출처도 그렇다. IT투자활성화를 고민하던 정통부가 휴대폰 요금을 적게 내리는 대신 통신사들의 이익금을 투자쪽으로 유도한 이 돈은 사실은 국민들 주머니로 들어갈 돈이었다. 물론 당장 얼마를 돌려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IT투자에 이바지 하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돈이 IT투자로 가는 과정이 위에서 누르기 방식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 즉 충분한 준비과정이나 설득작업이 없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11월말에는 이 자금이 몇몇 벤처캐피털들에게 주어지거나 조합의 형태로 결성될 것인데 10월 중순인 현재 그에 대한 내부방안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벤처가 옛날 벤처가 아니고 벤처캐피털도 다 죽어간다고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업계는 통신4사가 내놓은 3000억원 투자방안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처음 결정은 ‘울며 겨자먹기’였다 해도 부디 통신 4사의 IT투자가 벤처업계의 불황을 타개해줄 좋은 실탄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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