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증권사 직원이 기자에게 이 같은 푸념을 털어 놓았다.
최근 증권업계에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로 자료 요청이 밀려 들면서 증권사 각 부서 직원들이 본래 업무에는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자료를 요청하는 주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중복된 자료를 하루에도 수 차례씩 작성해야 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짜증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기자조차도 최근 들어 이들에게 기사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기가 미안할 정도니, 이들이 보고서 작성에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고 있는 지 내심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증권사에 가장 많은 자료를 요청하는 곳은 금융감독원이다.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로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내면서 그 동안의 운영실태와 향후 대책 방안에 대한 보고서 요청이 각 부서마다 산재해 있으며 또 국정감사를 준비중인 국회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증권사에 각종 자료를 요청하고 있어 관련 작성에만 꼬박 붙어 있어야 할 실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료 요청이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증권사 뿐만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이 자사와 관련된 모든 현황을 금감원에 제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요구하는 자료는 대부분 중복된다는 게 증권사 직원들의 전언이다.
특히 국회의 경우 평소에는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가 사고가 날 때마다 각 증권사에 관련 현황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증권사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모 증권사 직원은 “국정감사를 위해 요청하는 대부분의 자료가 현황에만 그치고 있다”며 “평소에 관심을 두고 틈틈히 자료를 수집했다면 지금같이 일이 과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다 비 효율적인 보고서 요청으로 금융사 직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정부 및 감독당국이 과연 얼마나 금융사들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름휴가가 끝난후 새로운 기분으로 업무에 전념해야 할 이맘때쯤 연례행사로 되풀이되는 푸념을 내년에는 그만 들었으면 싶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