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은행의 펀드 감시 기능 강화를 놓고 펀드 회계 전문 기관인 일반사무수탁회사와 수탁은행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재경부가 자산운용통합법의 골자로 펀드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펀드 보관업무에 주력해 온 수탁은행에 앞으로는 펀드 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기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뮤추얼펀드의 경우 펀드 감시 기능은 일반사무수탁회사가 담당해 오던 것을 이번 통합법에서는 보관은행에 감시 기능을 부여하고 일반사무수탁사는 회계업무만 전담토록 해 일반사무수탁사의 반발이 심하다.
이에 따라 일반사무수탁회사들은 이번 수탁은행의 펀드 감시 기능 강화 조치로 은행이 자산운용업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재경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수탁은행들은 일반사무수탁회사가 제기한 의견에 대해 모든 은행이 펀드 회계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펀드감시 기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수탁은행의 자산운용업 역할강화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세는 수탁은행이 펀드 감시 기능을 맡는 방향으로 통합법이 제정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사무수탁사들은 우선 수탁은행이 펀드 감시 기능을 맡는 것에 대해 투신업법상 수탁회사의 법률상 명칭은 수탁회사로 정의돼 있지만 상당 기간 보관회사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어 트러스티(회계)의 역할보다는 커스터디(보관)의 업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에 감시 기능을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000년부터 수탁은행에 운용행위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운용지시의 변경 철회 또는 시정 요구권이 강화돼 법제화 되었으나 수탁은행에서 이러한 의무 및 권한을 행사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러한 시정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수탁은행에 펀드에 대한 순자산가액 평가 및 제반 법규와 약관에서의 제한사항을 검증할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법률 시행후 2년이 되도록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뮤추얼펀드의 경우 일반사무수탁회사가 지금까지 감시 기능을 맡아오면서 수익증권의 외부회계감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법규 및 정관 위배내용에 대해서도 금감원과 주주에게 성실히 보고하고 있는 등 나름대로 감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 뮤추얼펀드의 경우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하고 규모가 대형화된다면 관리 감독 등 지배구조에 있어서 완벽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수탁은행들은 모든 은행이 보관업무만 수행한 것은 아니고 수익증권의 경우 대형 시중은행들은 지금까지 회계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모든 은행들이 이 같은 회계업무가 기본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기능 강화에 따른 문제는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일반사무수탁회사가 계속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맡는다면 앞으로 제정되는 통합법의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불거질 경우 과연 현재 일반사무수탁사들의 자본금 등 회사 규모로 볼 때 이를 담당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 또한 늘어나는 측면에서 펀드 감시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할수 있는 수탁은행이 감시 기능을 맡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수탁은행 관계자는 “모든 은행은 펀드에 대한 회계업무가 기본적으로 가능하다”며 “그러나 일부 은행중 보관업무에만 집중해 온 기관들은 손해배상 책임 문제 제기 등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은행 증권수탁실의 이종익 실장은 “수탁은행의 자산운용산업의 역할 강화에 따라 수탁은행의 수수료 조정도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현 0.03%~0.07%의 수수료를 감시 기능의 강화에 맞게 현실화 해야 수탁은행들이 제기능을 펼칠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투신사들도 내심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운용을 제외한 모든 펀드의 관리과정이 은행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자칫 운용과정에 대한 간섭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사무수탁회사 관계자는 “일반사무수탁회사도 현행 신탁제도에서 부분적으로 사무를 수탁받아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제도의 실제적인 당사자로 인정받아도 무리는 없다”며 “일반사무수탁회사의 등록 절차를 강화하더라도 일정 부분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 자산운용산업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