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某 대형 손보사가 최초 가입자 경력 요율을 160%에서 140%로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자 7개 손해보험사들은 곧바로 요율 인하 인가를 신청했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지, 서비스 등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는 대형사의 보험료 인하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맞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평균 보험료가 12.5% 인하돼 전체 자동차보험 수익이 1~1.5%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백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한꺼번에 증발하게 된 셈이다.
물론 이러한 가격 경쟁은 자본시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보험 가입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의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는 유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듯 무리한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악화는 또 다른 선의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최초가입자 인하 시장은 중형사인 쌍용화재가 지난해부터 시행해 재미를 본 틈새시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대부분의 손보사들도 알고 있었고 그동안 수익악화를 우려, 성급한 판단을 미뤄 온 것 뿐이다.
특히 가격 경쟁 촉발의 주체가 시장 우위를 지닌 대형 손보사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대형사들의 가격 경쟁 격화는 내성이 약한 보험사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못 버티면 시장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몇 년 후면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충분히 현실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과연 우월적 시장 지위자의 ‘책임의식’과 ‘여유’를 바라는 것은 요행일까.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