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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 문제 있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7-03 20:27

전 성 인 홍익대학교 교수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그만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정부가 슬그머니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은 1977년 이후 25년만의 개정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험산업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번 보험업법의 개정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우선 당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완화의 미명하에 보험회사의 사금고화 방지라는 또 다른 정책목표가 희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한다면서 보험사의 주식소유와 관련한 대부분의 규제를 폐지하였다. 구체적으로 총자산의 40% 이내(비상장 주식의 경우 총자산의 10% 이내)로 주식의 소유를 제한하던 규제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고, 자기자본의 50%이내였던 자회사 소유한도도 대주주에 대한 규제와 중복된다고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규제대상의 축소라는 명분으로 동일인이나 동일계열집단에 대한 자산운용규제를 축소하면서 주식과 관련한 부분은 완전히 규제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동일회사에 대한 주식소유한도나 동일계열집단에 대한 주식소유한도 등은 완전히 폐지될 운명에 처해 있다.

결국 만약 정부의 안대로 보험업법이 통과될 경우 남아 있게 될 주식관련 규제는 자기자본의 60%로 되어 있는 대주주 발행 주식 및 채권소유 한도와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내로 되어 있는 타회사 발행 주식소유 규제뿐이다.

혹자는 이 정도의 규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하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보험 회사가 타회사 발행 주식을 소유한다고 해도 15% 정도에 불과할 것이니 특별히 경영권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다수 거대기업의 경우에는 15% 정도의 지분만 확보하면 상당한 수준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적극적 의미의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적대적 인수 합병 등 경영권 시장의 규율압력을 저지하는 차원의 소극적 권리행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경우 보험사의 행동에 관한 추가적인 규제가 강제되지 않는 한 재벌의 사금고화 경향은 오히려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번 보험업법은 보험회사의 경영유인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렬할 어떤 규제장치를 추가로 가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없다.

우리나라 보험회사에 있어 소유 및 지배구조의 개선은 보험산업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로 보험회사의 유인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면 약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종 자산운용 관련 규제를 과감히 완화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따라서 보험산업에는 각종 규제가 덕지덕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험산업에서 과도규제의 진정한 이유는 후진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보험업법 개정이 진정으로 보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무엇보다도 이 부문의 개혁에 정성을 쏟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보험계약자의 감시, 감독 기능을 어떻게 지배구조에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했을 경우, 사후적으로 보험계약자가 법적인 구제절차를 보다 손쉽게 밟을 수 있도록 법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이런 부분에 관한 논의가 완전히 누락되어 있다.

궁극적인 측면에서 볼 때 보험업과 관련한 정책적 선택은 다음 둘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소유 및 지배구조의 개혁을 포기한 채 직접적 행위규제의 틀속에 보험사를 가둘 것인가, 아니면 소유 및 지배구조를 개혁하면서 그 대신 행위의 자율성을 허용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유인체계는 하나도 개혁하지 않으면서 손발만 풀어주는 형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어떠할 지 아직도 감이 안오시는 분들에게는 영화 쥐라기 공원을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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