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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열풍으로 경기부양 잘 될까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6-23 18:15

이 재 웅 성균관대학교 부총장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꾸준한 소비지출의 증가였다. 원래 소비지출이 경제전체(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비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정부도 경기침체를 막고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 금리를 내리고 세금도 깎아주는 등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자동차업계도 신차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금융비용을 대폭 감면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비지출은 계속 늘어났고 그 동안 경기침체를 어느 정도 막아왔다. 소비자들은 낮은 금리의 혜택으로 주택, 자동차, 내구소비재 등의 구입을 늘리고 가계빚도 늘었다. 그러나 계속 늘어나는 실업과 주가 및 달러가치 하락, 저축감소 등으로 소비지출이 언제까지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소비지출이 저조하게 되면 미국경기가 또 한차례 침체에 빠질(더블·딥)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 언론 및 해외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업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가 이끄는 미국경기에 대해서 이 같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최근에 미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미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어서 대미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최근에 강한 회복세를 보여서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6%내외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소비지출이 우리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설비투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외신은 한국의 소비열풍을 극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소비열풍으로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비열풍은 한국이 더욱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가고 있는 증거라고 한다. 따라서 소비열풍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이득을 가져온다. 요즈음 국내에서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한 신용카드에 의한 과소비와 신용불량자의 양산 문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신용카드는 5천8백만 장에 이른다. 신용카드 빚도 크게 늘어서 GDP의 12%인 52조원이다.

개인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년여 동안에 6%포인트 증가한 62%로 늘었다. 몇 년전만 해도 우리는 소비지출을 늘리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었다. 일부 국내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열풍과 신용거품이 향후 가계파산 급증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우려는 잘못이라고 한다. 과거 개발연대에는 정부가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소비자들은 그저 일하고 저축만 해왔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은 정치적 민주화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끝났다는 것이다. 민주화는 개인의 권리를 확대시켰고 소비사회를 초래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의 소비사회 발전과정도 비슷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선진국의 경우 가계부채는 소득의 100%가 넘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은 작년에 비로소 96%에 접근했다고 한다. 소비증대 및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은 한국의 구조적 문제점인 정부에 의한 잘못된 자원배분을 예방한다. 따라서 소비증대에 따라 저축은 줄어들지만 선진국처럼 자본이 더욱 생산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자본시장에 더욱 의존하면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기업은 시장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나타나는 소비증대는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촉진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언론이 자국내 소비증가는 우려하면서 한국의 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어리둥절하다. 이제 우리 경제도 커져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미국경제의 침체를 회복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더구나 한국도 급속히 고령화사회가 되어 가는 마당에 사회보장을 확충하고 앞으로 다가올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저축 증대가 절실한 과제이다.

칭찬이나 듣기 좋은 이야기도 가려서 해야지 우리 경제가 빚이 늘고 저축이 줄어드는 것을 극찬하는 것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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