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재해복구시스템 공동 구축 협정을 맺으면서 국내 은행권 최초의 공동 IT투자 사례를 남기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기관들이 지주회사 설립, 합병 등으로 덩치를 키우고 대규모 IT투자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중소형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실제로 뚫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공동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지난해 6개 지방은행이 IT투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데서 출발했다.
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전북은행 등은 TF팀을 구성하고 공동IT개발과 백업시스템 공동구축, IT자회사 설립 등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했지만 각 은행들의 개발 환경과 상황이 너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군다나 경남 광주은행의 우리금융그룹 편입이 결정되면서 공동 IT 투자 계획은 무산됐다.
6개 지방은행 TF팀은 해체됐지만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공동 IT투자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영업영역을 확대하고 지역밀착 사업을 추진해 대형 금융기관과의 경쟁에 대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논의를 진행해 지난해말 공동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한다는데 합의했다.
이후 두 은행은 한국IBM을 시스템 구축 업자로, KT(구 한국통신)을 통신 및 센터 임대 업자로 선정하고 대구와 부산의 중간지점인 경남 밀양의 KT센터에 공동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센터내의 시스템 자원과 건물 등 제반설비와 운용 인력을 반반씩 분담하며 오는 12월에는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대구 부산은행은 재해복구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함에 따라 전체 예산의 20~30%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은행간에 공감대만 형성되면 향후 차세대시스템 등 대형 IT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1000억원대의 IT예산을 배정하고 있는데다 통합 국민은행과 우리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3년이내에 1~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구 부산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다.
대구 부산은행의 사례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와 보험, 금고 등 제 2금융권 IT프로젝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투자 여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올해말까지 재해발생시 3시간이내에 복구가 가능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현실에서 타사와의 공동 프로젝트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소형 금융사들에게 IT투자 효율화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실제로 증권업계에는 IT투자 규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속에서 재해복구, 원장이관 등 경영에 필수적인 IT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대구 부산은행이 공동 재해복구시스템에 이어 대형 IT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중소형 금융사들에게 발전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