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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냐 신용불량카드냐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4-14 22:17

이 재 웅 성균관대 부총장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부유층 내지 엘리트계층 이었던 것같다.

당시에 마스타카드, 비자카드 등은 그야말로 신용의 대명사였다. 그만큼 신용카드가 귀했다고 할 수도 있다. 지갑 속에 신용카드 몇 장 갖고있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흔해빠진 것이 신용카드다. 신용카드를 소지하는 것이 그 사람의 권위나 신용상태와도 무관한 것 같다. 요즈음은 감독당국에서 규제해서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거리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호객 하는 신용카드 모집인 들이 많았다. 미성년자나 실업자 심지어 범죄자에게도 신용카드가 발급되고 거기에 따르는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신용카드가 많은 사람은 오히려 신용상태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가 그 만큼 보편화되었으며 이제는 서민들의 급전조달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용카드가 이와 같이 부유층의 호사스럽고 편리한 결제수단을 넘어서 보편화되고 서민금융수단으로 확산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본질적으로 신용대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은행 문턱이 높은 우리사회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편리한 급전조달 수단으로 인기가 있다.

사실 정책당국이 그동안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신용카드의 보급확대를 통해서 비로소 촉진되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더구나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방지하는 효과도 크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신용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신용카드 이용잔고, 그 중에 57%가 넘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근래에 국세청이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서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장려한 것도 주요원인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현금결제나 다른 결제수단 대신에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와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신용카드의 연체율 및 신용불량자도 늘어나는 것이 걱정스럽다. 현재 신용카드의 연체가 3조원이 넘는다. 정부에서는 일단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의 비중이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3%, 113%인데 비해 한국은 90% 수준이라서 아직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가속도를 본다면 우리나라 처럼 근래에 가계부채 특히 신용카드 부채가 급속히 늘어나는 나라는 없다. 이런 추세로 늘어나면 조만간 신용카드 빚이 과중해서 개인파산도 양산될 우려가 있다. 이미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가 급증해서 100만 명이 넘는다. 근래에 해마다 정부가 이들에 대해서 신용불량기록을 말소하고 신용사면을 실시 하지만 이러한 선심주의정책이 오히려 신용질서를 크게 훼손하고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용카드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충분한 개인 신용평가 없이 “묻지마”고객모집을 일삼고 카드를 남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신용불량자들도 아무 제약없이 신용카드를 또는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카드소지자들이 카드 빚을 내어 카드빚을 갚는 돌려 막기식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한다. 따라서 카드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카드발급도 급증한다. 그러나 카드사에서는 이런 사태를 전혀 개의치 않고 외형경쟁에만 치중한다. 최근에 신용카드 연체율은 7%를 넘는다.

그러나 카드가맹점의 수수료와 고리(高利)의 연체금리를 감안하면 아직도 신용카드사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말하자면 불량신용자에게 떼이는 돈이 많더라도 그보다 더 유리한 고리대금업을 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린다. 카드이용자의 신용조사를 충분히 해야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이같이 신용카드사와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기 때문에 경제여건이 변할 경우 불량신용카드로 인한 금융부실이 재발할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금융감독을 철저히 해서 법규위반 행위와 불량신용카드의 남발을 막고 건전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신용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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