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합병의 물결은 덩치만 키우는 합병이라는 비난과 함께 은행시장의 과점상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경계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은행합병이 단기적으로 급하게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도 궁금하지만 다른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합병으로 성공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지금 금융시장에 팽배한 합병추세는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어보인다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은행경영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지만 합병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은행들이 합병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은행권의 합병 분위기는 2000년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은행 대형화 정책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정부는 올해들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듯하다. 정부가 지금처럼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합병을 추구한다면 공적자금의 투입과정에서 정책의 시행착오가 회수 과정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지금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합병을 추진할 때가 아니고 각 은행별로 구조조정을 더욱 추진하여 은행가치를 제고할 때이다. 작년에 대부분의 은행들이 큰 수익을 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부실채권의 축소, 저금리 시대의 도래로 인한 예대마진의 확대, 수수료 부과로 인한 수익발생, 그리고 높은 카드 수수료와 신용카드 사용확대로 인한 카드 부분에서의 많은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익 추세는 향후 최소한 1~2년 지속되리라 예상되지만 한해의 이익 발생으로 은행의 경쟁력이나 생산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량은행들의 합병은 각자 알아서 할 문제이지만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하에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합병은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은행의 경쟁력 제고보다는 일부 공적자금의 회수에만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합병을 통한 공적자금의 회수보다는 각개별은행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철저히 하여 은행가치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공적자금의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 과정에서 정책의 실수가 있다면 투입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은행합병의 문제점은 은행시장이 과점상태로 갈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실물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의 적정 숫자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지금처럼 합병이 추진된다면 은행권에는 시중은행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은 경영의 자율성과 치열한 경쟁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상황하에서 은행의 수를 줄인다면 은행의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시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정책 추진은 지난 97년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이 관치금융으로 인한 경영의 자율성과 경쟁 부족에 있었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은행시장에서 과점상태는 시장에 있는 기존 은행들의 수익성은 보장되겠지만 은행의 지속적인 경쟁력 제고와 금융서비스의 질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 전체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며 과점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대가는 결국 국민들이 지불을 하게 된다.
경영의 효율화와 경쟁을 통한 이익은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만 지금처럼 보장된 높은 예대마진과 높은 카드 수수료는 결국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개인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올 한해도 은행권이 대규모의 이익이 나기를 바라지만 이익의 내용에 있어서는 작년에 비해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합병보다는 경영의 자율성 확대, 인사권의 간섭 배제, 그리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하고, 금융구조조정도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시장압력에 의한 상시적 금융구조조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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