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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12-23 17:00

<전 성 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한 때 우리 경제의 계산단위가 몇 백만원, 몇 천만원이 아니라, 몇 천억원, 심지어는 몇 조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 98년 초가 그 때였다. 부실 금융기관들이 이쪽 저쪽에서 휘청거리면서 정부와 한은은 마치 ‘우는 어린애에게 사탕 집어주듯’ 여기에 몇 천억원, 저기에 몇 조원을 뿌리곤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정확히 4년이 지난 지금, 또 한번 계산단위의 인플레가 횡행하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때문인가.

요즘 몇 천억원은 피래미급이다.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이 해먹은 돈이 여기서 몇 천억, 저기서 몇 천억이다. 문제는 이보다 단위가 큰 몇 조원대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같이 재정의 부실과 연관되어 있다.

먼저 공적자금의 상환이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외환위기의 수습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행됐던 예보채 등 각종 국공채의 상환이 내년부터 마치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예정되어 있다. 재경부가 아무리 이리저리 요술을 부려봐도 소용없다. 매년 적어도 수조원씩 추가로 돈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각종 사회보험, 특히 건강보험의 적자가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모두들 망연자실하고 있는 사이 건강보험의 실제 적자폭은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보험제도 자체의 파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여파가 경제 전체에 재를 뿌리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재정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동원한 총력 경기부양 정책을 펴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국회가 한 술 더 뜨고 있다. 각종 선심성 사업이 난무하더니 난데없이 법인세율을 덜컥 인하하자고 나선 것이다. 지금 단돈 일원이 아쉬운 판국에 매년 몇 천억원의 재정수입이 그냥 하늘로 날아가게 생겼다. 재정적자가 미래정권의 부담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요즘 국회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은 미래에 정권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분들인가 보다.

혹자는 “지난 4년전에도 우리는 사태를 수습하지 않았는가. 몇조원이 대수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도 잘 될 것이다”라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년전에는 이미 발생한 부실의 크기는 막대했지만 추가적인 부실발생은 통제되고 있었고, 또 그것을 요리할 만큼 재정도 건전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발생한 부실이 막대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적자가 정신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체질은 허약할 대로 허약한 데 돈쓸 곳은 늘어나고, 들어오는 돈은 깎이고 있으니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의 경제적 귀결은 어디인가.

직접적인 귀결은 고금리이다. 정부는 내년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돈을 차입해야 한다. 민간으로부터 직접 차입을 하면 당연히 금리가 올라갈 것이다. 통화증발을 통해 한은에서 차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한은이 이를 용인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한은이 허락을 하는 경우에도 인플레 기대심리 때문에 명목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금리가 연쇄적으로 촉발할 후폭풍의 위력이다. 우선 주식시장이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펀드의 부실화는 말할 것도 없고, 줄줄이 잡혀 있는 민영화 계획도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리게 된다.

외환시장도 당연히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일본 엔화가 불안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원화 환율마저 춤을 출 경우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 경제는 문자 그대로 ‘펀더멘털’한 고민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각종 투기세력은 이 틈을 타서 ‘또 한번의 대박’을 노래할 게 분명하고.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한은은 절대로 내년에 재정적자에 따른 통화증발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광의의 재정적자를 추구하는 한 고금리를 감수해야 할 것임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세금을 더 걷고 재정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국회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 오늘 한탕을 하기 위해 내일부터 영원까지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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