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관련법 개정 활발
세계 금융산업은 이미 ‘대형화’와 함께 ‘겸업화’라는 두 단어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방카슈랑스 조기 도입, 금융 그룹을 표방하는 외국사들의 시장 진출,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 역마진 등으로 돌파구가 없는 국내 생보사들도 사업부문 분사를 시작으로 겸업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종합 금융서비스를 통한 수익 제고 측면에서 금융 겸업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금융전업그룹인 교보생명이 겸업화를 위해 이미 종합금융지주사 설립을 대외에 천명했으며 삼성, 동양, SK생명 등도 최종 목표인 종합금융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지만 업무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금융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이에 따른 금융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겸업화와 통합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겸업화를 위한 관련법과 과거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이 겸업화로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다.
반면 금융 선진국들은 어떤가.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금융업의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완화 폭을 확대한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은행, 증권, 보험간 엄격한 분업주의를 고수해 온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는 금융업종간 상호진출을 허용한 것을 계기로 금융겸업화 현상이 대형화와 함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겸업화 추진양상도 은행의 타금융업 진출 확대뿐만 아니라 보험사와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은행업을 영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보험사들은 은행업 진출을 통해 예대업무와 같은 전통적인 은행업무 및 투자신탁업무 등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은행의 보험업 진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푸루덴셜은 이미 70년대부터 손해보험, 부동산, 리스, 증권업 등 비은행업무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은행과 취급업무가 유사한 저축기관 인수를 통해 은행업에도 진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 금융개혁법이 시행돼 생보사들의 직접적인 은행 인수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주식회사로 전환, 자본조달력을 강화한 메트라이프의 경우 올 2월 연방은행인 그랜드 뱅크 인수작업을 완료해 소매은행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은행업에 진출함으로써 보험금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하고 크로스셀링(cross-selling) 기법을 활용, 시너지를 낳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은행소유가 허용되어 있어 많은 보험사가 은행 인수 등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프랑스의 AGF그룹 합병과 미국의 자산관리회사인 PIMCO, 독일 3위 은행인 Dresdner Bank 인수 등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상했다.
특히 알리안츠는 Dresdner Bank와의 합병으로 은행 영업망을 활용해 보험, 자산관리, 은행업무를 3대축으로 하는 금융수퍼마켓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은행들에 비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알리안츠의 이러한 겸업화는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 지분 12.46%를 보유해 향후 국내 보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을 위한 길도 열어놓고 있다.
일본 전자제품 업체인 소니사도 특화 보험사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은행업에 진출했다.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들이 속속 은행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산업자본과 은행업의 결합은 세계적인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굳이 이러한 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겸업화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제고 측면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조속히 받아들여야 하는 당면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향후 금융산업은 무한 경쟁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돼 철저하고도 장기적인 전략이 수반되는 겸업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