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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란’을 우려한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10-10 21:56

이 재 웅 성균관대 부총장

최근들어 정부는 주기적으로 신용불량자들에게 신용사면 내지 신용불량기록을 일괄말소해 주고 있다. 작년에도 ‘밀레니엄 대사면’이라고 해서 32만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했으나 그 후에도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신용불량자는 또 다시 300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다. 일단 신용불량자들은 그 동기가 어떻든 간에 신용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근래에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만큼 악덕, 고리사채도 크게 늘어나면서 그 피해가 커서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 불량자 급증-사면 악순환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운용실적’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개월 동안 2329건의 사금융 피해신고가 접수됐으며 피해신고자가 부담한 평균금리는 연 245%였다고 한다. 고금리 부담 뿐 아니라 불법사채업자들의 폭행, 공갈 등 각종 범죄비리도 적지 않다고 밝혀졌다.

이를 딱하게 여겨 지난 5월 정부는 신용불량자 150만명에게 신용불량기록을 삭제하는 등 또 다시 신용사면을 일괄 실시했다. 이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악덕, 고리사채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구제한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신용불량자가 또 다시 크게 늘고 있다. 그중에는 20대이하의 신용불량자들도 많다. 이런 속도로 늘어나면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신용대란이 올지도 모른다. 경기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개인들이 신용카드 대금이나 은행대출을 갚지 못하고 무더기 파산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카드회사나 금융기관도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져서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 ‘도덕적 해이’ 부를수도

신용불량의 책임은 뭐니뭐니 해도 우선 차입자 자신에게 있다. 우리 사회에는 부실기업이 많듯이 개인중에도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빚 많이 지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이들에게 금융기관 및 카드회사들이 분별없이 과다하게 돈을 꿔줌으로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도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반복되는 신용불량자 급증과 정부의 신용사면으로 서민들이 금융혜택을 실효성있게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용불량자는 늘어나고 있는 데 정부가 신용사면만 해주면 우리 사회의 신용도가 높아지고 금융기관 대출이 늘어나겠는가? 오히려 잦은 신용사면은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키고 금융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기피함으로써 서민금융의 경색이 해소되지 않는다.

실제로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고 불법채권 행사 및 조직폭력배의 고리사채 관련 비리를 단속하자 사채시장은 거의 동결되었다. 얼핏 보기에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면 신용우량자가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이다.

금융기관은 신용불량자가 사면된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꾸어 주지는 않는다. 그보다 차입자가 자신의 신용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잦은 신용사면으로 될 일은 아니다. 은행은 신용상태가 불확실한 고객에게는 담보나 보증을 요구한다. 이래서 신용경색이 악화될 뿐이다.



■ 신용우량자 보호할 때

보다 근본적으로 신용정보 훼손으로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고 서민금융의 활성화도 어렵게 된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대외신인도는 떨어지며 금융기관의 건전경영도 어렵게 된다. 특히 금융기관의 건전경영을 감독해야 하는 정부가 금융시장의 기본과 원칙을 흔드는 신용사면 및 신용기록 말소 등을 선심쓰듯 허용함으로써 금융부실화를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신용불량자를 구제해도 구제해도 자꾸 늘어나는 것이나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결국 신용정보관리 및 대출심사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돈만 들이고 선심쓰듯’ 신용불량자들만 보호할 것이 아니라 신용우량자들도 보호해야 마땅하다. 계속 늘어나는 신용불량자와 이에 따르는 신용대란 우려도 말하자면 신용불량 차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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