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로 인한 주식 시상 침체로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더 이상 보험사들이 과거 기관투자가로서 주식시장에서 담당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주식시장 침체기에 금감원, 재경부 등 정부부처가 기관투자가들에게 강력히 요구했던 역할론도 최근 시장변수들에 힘을 잃어 보험사들이 주식 보유 비율 줄이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감원 보험감독 당국과 재경부의 입장차이도 커 정책 일관성이 무너지면서 생보사들은 더욱 주식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최근 재경부, 금감원 등 정부부처는 증권업협회와 사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증권, 투신사들의 주식 매도를 당분간 자세하는 매도결의 대책을 수립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 투신업계는 매도결의가 여의치 않자 최근 사장단회의를 개최하고 국민 1인 1계좌갖기 운동 벌이기 등 기관투자가에 한정하지 않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켜 주식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처음에는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내비치다가 기관투자가들의 반발에 증시안정기금 마련 등 세부적인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자금 운용 규모가 커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보험사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보험사들은 지난주 주식투자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를 개최, 이와 관련한 대책을 집중논의하고 매수결의가 아닌 기관투자가로서 성의 표시를 하자는 암묵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조에는 금감원과 재경부가 과거처럼 강력히 기관투자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는 시장상황이 아닌데다 각 부처가 책임회피를 위해 총대 메기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정확히 보험사들의 당면과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역할을 요구하지 못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는 은행, 보험사들을 돈만 많은 기관투자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주식침체를 거울삼아 올초부터 상품투자주식 규모를 1000억원까지 줄인 상태다.
교보생명도 자회사인 투자신탁과 자체 운용팀을 통해 올초 8000억원에 가까운 상품주식 규모를 2000억원까지 줄였다. 대부분의 중소형 생보사들과 일부 손해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러한 보험사들의 주식 기피현상은 최근 기관투자가 매매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6일 기관투자가 매매동향에 따르면 보험사와 외국인 투자가들만 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마이너스 순매수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은 120억6000만원을 매도한 반면 92억3400만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들은 매도 1663억6100만원, 매수 1142억1600만원으로 ‘물만난 고기’처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 역마진이라는 악재를 만난 보험사들이 더 이상 추가 손실을 감당하기 버거운 것도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형 생보사 주식 담당자는 “과거부터 보험사를 진정한 기관투자가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생보사가 안고 있는 아픔이 뭔지를 알고 이에 상응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주식시장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