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내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미국계 푸르덴셜. 이 회사는 80년대 후반 금융규제와 국내 회사들의 텃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법인을 설립, 최근 생보업계의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은 종신보험을 국내에 소개한 일등공신이다. 당시 국내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푸르덴셜은 ‘토착화 전략’을 구사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모든 임직원들을 내국인으로 채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무리한 상품 개발보다는 종신보험에 국한된 영업에 주력하면서 조심스럽게 시장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계 푸르덴셜생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10여년간 쌓아온 공든탑에 상당부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 양보해야 겠지만 당분간 사명이 같은 두 회사가 국내에서 영업을 할 경우 보험고객들이 혼란을 겪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300조가 넘는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는 영국계 푸르덴셜은 미국계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영국계 푸르덴셜의 국내 진출은 예견됐지만 법인설립이 아닌 국내 회사 인수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 생보사를 인수함으로써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법인설립에 따른 시간 낭비를 줄이고 영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금보험을 그대로 도입해 단기간에 국내 시장에 진입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영국계 푸르덴셜 생명은 지난 5월부터 영풍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93%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과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99년 공동 주주였던 영풍산업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고 영풍생명 대주주가 됐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고려아연이 당시 탄탄한 재무구조 등을 바탕으로 영풍생명을 인수했지만 보험산업에 문외한 이라는 점에 의문을 드러낸것. 이번 매각도 고려아연측과 푸르덴셜의 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져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인 문창열 사장과 임직원들이 고려아연의 이러한 독단적인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주 영풍생명 매각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문사장과 임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쉬운길’을 선택한 영국계 푸르덴셜의 국내 진출이 오히려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