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우선협상자를 선정,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었던 예금보험공사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예보가 투자 인수 의향서라는 뚜껑을 열어보니 자금 출처에 대한 대주주와의 껄끄러운 부분과 외국사들의 인수 의중, 경영 정상화 가능성 여부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작업이 외국사와 국내사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면서 예보가 우선협상자를 선정, 완장을 달아 주기는 껄끄러운 부분도 있다.
이로인해 당초 원매자 선정에 있어 가격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라는 예보도 매각 작업에 대해 신중론을 들고 나온 상황이다. 또한 개별 일괄 등 투자제안서 제출 업체들의 전략이 달라 부실3사를 어떤 조합으로 매각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회사는 대한시멘트, 로얄앤선얼라이언스(RSA), 푸본그룹, 동양화재, 베이직인터내셔널, 크로닌펀딩그룹, LG화재, 미르셋 등 10개사로 알려졌다.
▶자금출처·경영정상화 가능성 -우선 국내 업체 중 인수가 유력시 되는 동양화재는 대주주인 한진해운의 추가증자가 중요한 해결 키다.
동양화재는 부실사를 인수해도 당분간 합병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동양화재와 대한화재가 상장사기 때문에 주식가 상정 등 증권거래법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수사에 대한 풋백옵션 계약도 상당기간 소요되는 데다 무엇보다 운용자금을 동양생명 자체적으로 충당할 경우 지급여력비율 인하는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합병 시간과 외부 자금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한생명 인수에 주력하고 있는 대한시멘트도 대주주인 대주건설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재는 표면적으로는 인수 의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하나로통신 주식의 역마진과 자동차 보험료 자율화로 인한 시장 전략 구상 등 내부적으로 대비책이 필요한데다 대주주의 자금지원 문제로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외국사 인수 의중·부실3사 매각 방식 - 외국사들중에서는 네덜란드계 생명보험사인 RSA와 대만계 투자은행인 푸본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SA의 경우 과거에도 국내 진출을 위해 10년이 넘게 시기를 조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인수시 시너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푸본의 경우 중화 자본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점, 아직 지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등도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KGI가 조흥증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지만 홍콩계 자본으로 성격이 틀리다는 것이다.
매각 방식은 우선협상자 선정에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투자제안서 제출 업체들이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10개사를 특정 방식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예보 관계자도 “인수 대상 업체들이 개별 일괄 방식 중 나름대로 한 가지 방안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 업체들이 인수 방식 등을 감안해 투자 제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부실 3사 일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동양화재, RSA, 푸본 등의 업체들이 매각 방식별로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다만 동양화재의 경우 매각과 관련, 인수 방식과 가격 등에서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뚜껑을 열 때까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협상자 선정 시기 -매각작업의 장기화로 인한 부실3사의 가격과 가치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보 관계자들도 빠르면 이번주 안에 우선협상자 선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다만 예보가 지난달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업체들에 대해서도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원매자 선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과 인수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며 투자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LOI제출 업체들이 향후 가격과 매각 방식 등의 변경에 따라 인수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처음 공개 매각 작업을 추진하다보니 예상외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주 중에 우선 협상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실사 작업 등을 거쳐 늦어도 10월초까지는 부실3사 처리 작업을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