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국제, 리젠트화재 등 부실 손보 3사 매각 초점이 일괄방식과 개별방식에 맞춰지면서 과연 개별매각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부실 손보 3사의 투자제안서 접수가 마감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이번 매각에서 가장 핵심은 일괄매각과 개별매각에 대한 정부와 원매자, 해당 손보사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 먼저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는 부실3사를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에서는 최근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에 주력하는데다 상대적으로 인수 메리트가 낮은 국제, 리젠트 화재의 처리문제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원매자들도 최근까지는 개별매각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부의 의도(?)를 감안해 일괄매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해당 부실 손보사들은 하루빨리 매각이 이뤄져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최근 인수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대한화재를 제외한 2개사는 일괄 매각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와 원매자의 이해관계로 매각 방식이 부실사 처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일괄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아 결국 개별매각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먼저 대한화재는 이번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져진 업체 중 대부분이 단독 인수를 희망할 정도로 단독이든 일괄방식이든 매각가능성은 가장 크다. 다만 가격과 나머지 부실 손보사와의 일괄매각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부문은 협상과정에서 충분한 실사를 거쳐 결정되겠지만 일괄 매각은 원매자의 자금부담과 투자 전략으로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제화재는 일단 개별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투자의향서 제출일 전에 인수의향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재무재표 등을 요구했으며 일부 외국사와 국내 업체들의 경우 회계법인과 함께 1주일 이상 실사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국제화재 새사업년도 들어 1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을 기반으로 지급여력비율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한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에서 개인고객의 이탈이 거의 없다는 것도 손보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사들에게는 여전히 군침을 살만하다. 매각 방식이 가장 불투명한 리젠트 화재는 개별매각 가능성이 가장 적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진승현 사건으로 외국투자자들은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로인해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10개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타진하지 않고 있다. 리젠트화재는 지난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중 코넬인베스트먼트, 대한시멘트, 미르셋 등 3군데에서만 직접회사를 방문, 실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 중 대한시멘트와 코넬은 일괄구매를 위해 회사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르셋의 경우에는 자금력이나 업력으로 봐 일괄구매보다는 리젠트화재 단독인수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르셋 배경에 손보시장 진출을 노리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후문도 나돌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리젠트화재가 단독인수 메리트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본다. 올초 리젠트그룹이 인수하면서 960억원의 자본금 증자를 실시했고 동시에 액면분할을 통한 800억원의 자본잉여금으로 과거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리젠트화재는 올해부터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이나 업계에서 리젠트가 차지하는 위치가 크지 않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손보시장 진출을 노리는 일부 외국사들에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정부의 일괄매각 전략에 따라 국내 대형사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단독 인수에 초점을 맞춘 동양, LG화재와 일부외국사들이 리젠트화재에 재무재표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