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손보 3사의 매각이 국내사와 외국사간 복잡한 각축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매각가격이 예상외로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매각이 아닌 P&A등 다른 방식으로 부실 3사가 처리될 경우 국내에 법인이 없는 외국사들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데다, 예보가 공적자금 추가 투입 최소화를 위해 가급적이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에게 우선권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동양, LG화재 등 매각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도 의외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실3사의 매각과 관련,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14개 업체들이 오는 13일까지 투자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예상보다 인수 가격이 치솟을 전망이다.
투자제안서는 인수가격과 경영정상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로 예금보험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특히 이번 부실3사 인수에서는 인수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보 정리기획부 진상근 팀장도 “투자제안서에서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는 회사에 협상 대상 우선권을 줄 것”이라며 “공적자금 추가 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10개 외국계 대기업과 투자은행은 이러한 가격 경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인수의사가 확고한 몇몇 외국계 업체가 높은 가격을 제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계 금융지주사 푸본, 영국계 손보사인 로얄선얼라언스 등은 국내에 법인을 설립 하지 않아 부실 3사 처리가 장기화 될 경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실 3사 처리가 P&A방식 등으로 바뀔 경우 외국사들은 국내 손보사인 LG, 동양화재 등에 비해 시너지 측면에서 인수 가능성이 낮아진다.
국내 업체들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확한 인수가를 알 수 없지만 이미 동양화재, 효성그룹 등은 여유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달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라자드아시아그룹의 경우 자금 문제로 부실3사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러한 가격 우선 주위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거에도 외국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에 입질하다가 발을 빼버리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확한 회사 분석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인수만을 위한 무리한 ‘가격경쟁’이 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사들이 국내사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경우 매각작업이 뜻밖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부실 3사에 대한 적정 매각가 논쟁이 불거짐으로써 매각작업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