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부 프로세스, 핵심역량 온라인화 우선”
한국금융신문은 도도히 흐르는 인터넷의 물결에 따라 디지털기술을 금융산업에 접목시킨 이른바 ‘e-금융’을 위한 지면을 신설합니다. 인터넷뱅킹 WTS 등 인터넷 기반 금융거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경우 개념 정의 및 데이터베이스 축적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향후 4회에 걸쳐 은행 증권 보험 카드의 순서로 기고 및 해설기사를 통해 각각의 금융기관에서 바라본 e-금융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e-금융팀 팀장 구영우·기자 김춘동, 김미선
e-금융은 금융거래 채널이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네트워크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이다. e-금융에 대한 개념은 아직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있지만 디지털기술이 금융산업에 접목되면서 발생하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e-금융은 금융업무의 온라인화로 인한 금융 프로세스의 변화를 포함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금융환경을 의미한다. 또한 금융기관과 고객 모두가 인터넷을 주요 딜리버리 채널로 인식하면서 인터넷을 매개로 일어나는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식전환을 말하기도 한다.
e-금융은 금융 겸업화 및 업무장벽 철폐 등 제도적인 규제완화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일대일 맞춤 금융이 본격화되면서 종합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고, 금융기관들은 금융포털 등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의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 금융화의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기존 수익체계에도 큰 변화가 전망되고 있으며 완전 공개경쟁의 장에서 차별화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금융기관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존 금융기관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 및 유통 사업자들의 금융시장 공략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라는 딜리버리 채널이 갖는 의미는 자동화기기와 전화 등 기존 온라인 수단이 가지는 가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 채널들의 경우 금융기관의 일부 업무만을 수용할 수 있었던 반면 인터넷은 금융기관의 모든 대상업무를 온라인화 할 수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환경을 범지구적으로 변모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CD/ATM 등 자동화기기의 경우 창구거래의 상당부분을 흡수했지만 입출금, 계좌이체 등 취급업무가 극히 제한돼 있었다.
반면 인터넷의 경우 최소의 비대면 접촉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수용할 수 있다. 실제로 여수신 외환 신용평가 등 전통적 금융업무에 대한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매금융 부문의 경우 전자적인 인증이 본인확인 수단으로 자리잡고 전자화폐 등 전자지불 결제수단이 보편화될 경우 완전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질 시점도 얼마남지 않았다.
소매금융에 이어 거래단위 및 신용리스크가 막대한 기업금융 영역에서도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기업간 거래에 있어 어음 등 기존 거래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외상매출채권 등의 다양한 온라인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이 활발하다. 기업간 거래 역시 신용평가 수단이 정교해지고 e-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될 경우 대부분의 업무를 온라인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가상공간에서 완전히 별개의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인터넷은행 및 온라인증권사의 출현은 이와 軌를 같이하고 있다. 물론 아직 외부 환경이 완비되지 않아 성공여부에 대한 확신은 미뤄지고 있지만 이미 온라인 금융기관에 대한 실험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금융은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금융기관 전체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각종 금융관련 업무의 온라인화는 우선 금융거래에 걸맞는 안정적인 시스템 인프라를 요청하는 것과 함께 고객관리 마케팅 영업방식 등 모든 부문에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시차를 고려한 전략적인 목표에 따라 진행속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완전한 인터넷 금융서비스에 대한 대비는 불가피해졌다.
e-금융의 출현에 대응해 국내 은행권은 지난 99년부터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최초 리스크를 감안, 공동보조를 취했지만 곧 인터넷의 잠재성을 인식하고 독자시스템 구축에 나서 대부분의 은행이 자체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소매금융 부문에 이어 기업인터넷뱅킹과 B2B B2C 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은행권의 노력은 인터넷뱅킹 고객수의 급증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e-비즈니스 전략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인터넷 사용고객 급증과 함께 은행공동망과 종합온라인시스템 등 e금융서비스를 위한 강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비전에 근거한 e-금융의 거시적 접근이 부족하고 따라하기식 투자로 인해 아직까지 금융기관의 수익에 직접 연계되지 못해 최근 투자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e-비즈니스 전략은 올해를 기점으로 차별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고객의 온라인화와 현업부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시킴으로써 비용절감에 주력하는 은행이 있고, 전통적인 뱅킹업무를 벗어나 전자상거래의 지급결제 영역에서의 특화를 꾀하는 은행도 있다.
이에 따라 대동소이했던 은행권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차별화가 진행되면서 은행별로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문은 전체 은행 차원에서 e-금융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 있다. 초기 단계에서 e-금융의 핵심은 주요 업무영역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e-비즈니스 전략에 맞게 새롭게 수립하는 데 있다.
고객과 외부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은행내부에서도 다양한 e-비즈니스 전략들이 세워지고 있지만 정작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는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향후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비용절감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및 수익원을 창출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공감대 형성 및 조직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일부 전략부서나 인터넷뱅킹 부서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터넷 채널이 모든 금융업무를 수용하고 있는 만큼 전체 은행조직이 e-금융이라는 큰 밑그림안에서 그려져야 한다.
e-금융팀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