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조흥은행등 독자적인 인터넷뱅킹시스템을 갖추고 사설 인증을 해오던 은행들은 한빛은행의 돌출적인 행동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애초 구도대로라면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전산이, 은행권은 금융결제원이 공인인증서비스를 맡기로 돼 있었다. 또한 민간기업들을 위한 한국정보인증, 그리고 공공부문의 공인인증기관등 4개의 공인인증기관이 계획돼 있었다.
이에 따라 뚜렷한 관련기관이 없었던 한국정보인증은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최대한 일정을 서둘렀다. 증권전산과 함께 가장 먼저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음과 동시에 금융권에 대한 공세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한국정보인증은 공인인증기관 지정과 함께 데이콤등 기간통신업자는 물론 금융권에서 관련 공인인증기관이 없는 보험권을 집중 공략해 삼성 교보생명등 대형사들과 공인인증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정보인증측은 금융결제원의 공인인증기관 지정이 늦어지는 틈을 타 은행권에도 손을 뻗쳤다. 여기에서 한빛은행과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 진 것.
한국정보인증에 따르면 한빛은행이 한국정보인증의 등록대행 기관 역할을 하면서 올 4월 개발 완료되는 기업자금결제시스템과 연계해 다양한 기업과 쇼핑몰 구매고객들의 거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정보인증은 공인인증서 시장에서 국내 최다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는 한빛은행과의 업무제휴로 인증서 발급업무의 본인확인 절차를 대행케함으로써 등록기관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한빛은행측도 공인인증시장의 선점과 함께 공공, 민간기업의 전자상거래, 쇼핑몰거래에 수반되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자금결제 시장의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증권전산등의 경우에는 해당 등록기관을 가지고 있어 고객확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반면 한국정보인증은 보험사들만으로는 등록기관으로서의 역할수행이 어렵다고 본 것. 한국정보인증측은 초기 서비스기간동안 등록대행업무에 대한 권한을 한빛은행측에 상당히 배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한빛은행은 공공부문의 공인인증 기관준비가 늦어짐에 따라 한국정보인증이 공공기관의 인증도 담당하게 될 경우 거대한 규모의 전자상거래 부분을 선점할 수 있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의 반응은 일단은 황당하다는 입장. 은행권에서 함께 준비해오던 암묵적인 룰을 깨뜨린 것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금융결제원과의 준비일정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그런 돌출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한국정보인증의 사업추진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3월부터 실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 따라서 공인인증시장 선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빛은행의 이같은 행동으로 각 은행들도 전략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의 공인인증서비스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한국정보인증에 추가로 가입을 할 것인가의 논의가 그 것. 만일 다른 은행들도 한국정보인증과 공인인증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애초 구도와는 상당히 다르게 인증시장환경이 변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