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가 경쟁체제에 적응할 수 있을까.
1956년 개소<사진>이래 50여년 가까이 한국 유가증권 거래의 중심을 맡아왔던 거래소가 선물거래소의 등장, 전자사설거래소의 설립 예정으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2004년 코스피200 지수선물이 이관되면 연간 400억원의 수익원을 잃게 되고, 올 7월 24시간 증권거래가 가능한 한국ECN증권이 영업을 개시하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증권거래소는 환경변화에 대비, 체제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28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ECN이 등장하면 장외 거래, 시간외 거래, 자기매매는 모두 ECN에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외 거래는 종가로 이루어지므로 증권거래소를 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외 거래(시간외 대량매매 포함)는 증권거래 물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의 상당부분을 잃는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거래소는 장 마감후 40분동안 이루어지는 시간외 거래 제도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ECN은 또 야간거래가 가능하므로 우리나라와 다른 시간대를 갖고 있는 유럽과 미국 투자자들의 참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DR 가격과 국내 원주의 종가 차이만큼 차익거래 기회를 부여하는 메리트가 있다.
따라서 증권거래소는 이에 대항해 줄곧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야간시장 개설을 요구해 왔다.
코스피200 지수선물이 2004년 선물거래소로 이관되면 증권거래소는 총 수익의 20~30%를 잃게 된다. 이를 대체할만한 상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해외기업의 DR 상장 등을 모색해 보기도 했지만 거래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지지부진한 상태다.
외국 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상장주식의 교차거래를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업무제휴만 이루어졌을 뿐 실제 매매가 가능하지는 않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경쟁 거래소에 권한을 내줄 것으로 보이는 증권거래소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회원제에서 주식회사제로의 전환이 검토되고, 사설거래소에 대항한 여러 가지 방안이 계획되고 있다.
특히 감리체계, 공시체계, 결제체계 등이 선물거래소와 사설거래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정돼 있다는 점을 증권거래소가 갖고 있는 장점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