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증권 KGI증권 세종증권 등에서 추진되던 M&A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M&A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실익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경영권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한국기업의 풍토도 M&A를 활성화시키는 걸림돌이었다.
반면 사업분할은 세계적 통신업계에도 대세가 됐다. AT&T는 지난 11월 4개부문 사업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BT도 최근 그룹 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통신업체들은 지금까지 몸집 불리기와 수직적 통합이 경쟁력 우위를 높이는 길이라 믿어왔지만 현재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전문분야에 집중해온 보다폰이었다고 평가했다.
보다폰은 그동안 에어터치(미국) 만네스만(독일) 에어셀(아일랜드)을 통합하고, 저팬텔레콤(일본) 차이나모바일(중국)에 지분참여를 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그러나 보다폰이 인수한 업체는 무선회사 등 특정분야의 전문업체들이었다.
금융섹터에서도 사업분할 바람은 거세다. 특히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투자은행업무, 인수업무, 브로커리지 업무 등을 하나의 금융지주사 아래 병렬 배치했다. 이들은 핵심역량에 따라 사업분할을 가속화시키며 합병으로 중복되는 섹터를 과감히 정리했다.
대우증권도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일본)의 외국자본 유치 경로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니꼬살로먼은 일본의 금융빅뱅이 가져온 외국자본과의 합작 바람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사례의 핵심은 도ㆍ소매 사업의 분리. 국내 증권사의 도ㆍ소매 사업은 업무 연관성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혀 다른 업무영역이 한 증권사의 틀 안에 갇혀 전문적인 역량을 뿜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증권사들이 올리는 수익 가운데 70%는 위탁매매 위주의 소매분야다. 도ㆍ소매 사업간 이익을 나눠갖고 손실도 함께 감수하지만 인력교류와 사업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기형적인 자금의 공유체제가 유지되며 ‘어깨동무’하고 있지만 몸집은 다른 개별 회사라는 것이다. 도매부문의 부실이 소매부문을 짓누르기도 한다.
소형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 통합 가능성도 있다. 리서치센터에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00억원 수준. 이 비용을 절감하면 증시 침체기에도 먹고 살 만한 충분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 D증권을 중심으로 올 초반 강력하게 거론된 바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